-빅터 플랭클 이론 (Viktor Frankl therapy)-
부모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수강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자녀 훈육에 관한 것이다. 아동학대 가해자 1순위가 바로 친부모라는 사실만 봐도 자녀 양육에 있어서 훈육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과제이기도 하다.
부모 역할은 크게 “사랑하기와 가르치기(훈육)”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태도와 행동을 익혀야 하므로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나 규범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훈육은 부모로서 해야 할 큰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훈육은 혼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단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호”란 무섭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이 소거되거나 수정될 때까지 간단명료한 말로 일관성 있게 일러주라는 뜻이다. 훈육은 아이가 공포심을 느껴 서는 안된다.
간혹 부모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에 있어서 체벌로 인한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 아이에게는 평생의 상처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훈육을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감정이 안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번 일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행동이 수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날 때, 더구나 양육자의 생활 스트레스까지 쌓인 상황이라면 감정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빅터 플랭클은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의 수용소라고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정신과의사이다. 그는 같은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반응하는 수감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기록한다.
죽음의 공포에 떨다가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어지는 짧은 휴식 시간에도 감사기도를 하고 평온한 얼굴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간직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심리학에 주옥같은 이론을 발표하는데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존재한다. 그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있다.” 빅터프랭클의 의미치료(Logo therapy)의 핵심 이론이다.
이처럼 삶은 자극과 반응의 연속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저마다의 공간이 있고, 이 공간의 크기 정도가 그 사람의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공간이 전혀 없는 부모는 자녀가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했을 때 버럭 화를 낼 것이고, 공간이 큰 부모는 공간 안에서 선택한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이처럼 화가 난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수습한 뒤, 모두에게 좋은 합리적인 반응을 선택한다. 감정은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그러므로 불편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먼저 공간 넓히기를 해 보자. 가장 좋은 방법은 4.8 호흡법이다. 4초간 배를 부풀리면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배를 안으로 당기면서 8초간 천천히 숨을 내쉰다. 내쉬는 숨을 두 배로만 하면 되는 간단한 호흡법이다. 기분이 안정될 때까지 두세 번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화난 감정이 수습되었다면 자녀 훈육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감정 수용이다. 즉, 공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 말을 들어봐야 한다. 그런 후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을 수용해 주어야 한다.
훈육에서 빠지면 안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이란 자녀의 편을 들어 주라는 이야기도, 동조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공감이란 자신은 유지한 채로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녀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자. 일단 화나는 감정부터 안정시킨 후 아이 말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후 아이의 마음은 헤아려 주어야 한다.
“듣고 보니 화가 날만 하구나, 그래 너가 좋아하는 여친 앞에서 그 친구가 계속 놀렸으면 정말 화가 났겠다.” 이렇게 감정을 수용해 준 뒤에 부모의 의견을 이야기 해야한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공감받은 아이가 부모가 제시하는 행동으로 수정할 개연성이 높다. 무섭게 해서 자녀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은 일회용에 그칠 뿐이며 부모에 대한 반감만 쌓일 것이다.
훈육이란 단순히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돼! 폭력은 정당화 될 수가 없어! 라고 명료하게 전달해야한다. 간혹 이런 부모가 있다. 너가 먼저 때는 것은 안되지만 친구가 때렸을 때는 너도 때려도 돼! 이와 같이 일러주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그밖에 부모가 기분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가고 기분 안 좋을 때는 야단을 친다던지, 엄마는 안되고 아빠는 허락하는 경우 등, 이 같은 사례는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바람직한 훈육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바람직한 훈육은 부모의 감정 안정과 자녀의 감정 수용, 그리고 일관성, 이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부모의 화나는 감정을 수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빅터플랭클이 남긴 명언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이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있다”를 떠올리며 지혜로운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반응을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 더 기억하시기를.
자녀는 훈육의 대상이기 이전에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훈육도 사랑이여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