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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24. 2024

눈밝은 애인아_ 11

도를 아십니까?

난 '도를 아십니까?'란 말이 몇십년 전 유행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도 날 붙잡더라...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 입학 무렵이었다.

교보문고에 갔다가 내 또래 여자애를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또래답지 않게 진지한 데다, 말하는 것들이 호기심을 동케 하는 내용이었다.

그날 난 그 애를 따라 대순진리교 회관에 갔다.

당시는 서울에 살고 있었으니, 서울 본관이었다.


그날 처음 간 뒤 그 뒤에 몇 번 간 것이 전부였지만

시키는대로 한복 입고 절도 하고.. 뭐 종이를 태우기도 했다.

그 아이는 나하고 똑같이 대학 입학 시기였는데,

한양대를 합격했음에도 자퇴서를 가볍게 날리고 

집도 나와서 대순진리교에 투신했다.

지금까지 거기 몸을 두고 있다면 엄청 높은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난 아냐~ 난 전혀 생각이 다르다구" 그렇게 내가 열내서 얘기하는데도

내 대학시절 동안 가끔씩 우리 학교에 찾아오곤 했다.

"알아, 알았어. 너 지내는 얘기나 해봐"

난 그애와 고향친구도, 학교친구도 아니었다.

우린 교보문고에서 뜨내기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꽤 오랫동안, 거의 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나를 찾아왔다. 

내가 의사를 확실히 밝혔는데도 그 친구가 그랬던 것이

다만 광신도적인 전도 목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적어도 그 친구에겐 그것이 진리였던 것이다.

그 아인 기어코 고개를 돌리는 내가 안타까웠겠지.


그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서울에 있었을 때도 전주에서도

여전히 나는 수시로 길거리에서 붙잡히고 있다. 

(아니,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요?)

"저 혹시..." 그런 식으로 누군가 말을 붙일 때

얼굴을 보면 나도 딱 감이 온다.

한달 쯤 전에도 누가 붙잡았는데, 그땐 솔직히 짜증이 나더라..


난 도를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왜냐면 도란 것은 붙잡으려고 노력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 같다는 것을,

그 정도는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 오래전 교보문고에서 만났던, 이젠

이름도 잊어버린 친구야.

네가 학교도 때려치우고 집도 나와 몰입했을 만큼

네 모든 걸 들이부었던 그곳에서 너는 이제 평안한지.

정말 오랜만에 떠올린다.

한번쯤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이 다르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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