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라는 말을 처음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함께 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일이 되기도 하고, 일정하고 적당한 긴장감을 무시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일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예상치 못해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긴장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엇박자가 없는 매일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색다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현실적 편의로 인해 점점 둔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2021년 여름, 수원의 한 카페
하루는, 회사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우린 각자 좋아하는 커피를 하나씩 주문하고 오전에 진행한 미팅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었다. 점심시간 후 이어질 논의에 대해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있으면서, 따로 있는 듯 별말 없이 커피를 마시며 자료를 보던 침묵의 시간은 '저기 재밌는 사람이 있네요'라는 말과 함께 깨졌다. '왜요?' 호기심에 한 마디 건네곤 주위를 둘러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스마트폰도, 책도,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없이 커피만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서요.'라는 말이 다시 들려왔다. 순간, 수없이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왜?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사람들 속 그 사람에 시선이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커피라는 수단을 빌려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자 카페를 찾은 적은 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커피에 집중하기 위해 찾은 적이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상태로, 점심시간임에도 다음 업무를 먼저 챙겨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 한동안 그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내 하루, 어제를 차례대로 되돌려 보기 시작했다. 설마,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며칠을 돌려봐도,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지극히 같고, 건조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당연한 것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 내게도 엇박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여름, 수원의 한 카페
퇴근길 버스에서 스스로를 조금 놓아주자고 다짐했다. 일상의 작은 틈이라도 좋으니, 엇박자를 내보자고 내게 말했다. 반복되는 매일에 그 정도 엇박자는 내게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남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매일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해온 내게 작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엇박자의 의미가 불협화음이 아닌, 나를 위한 또 다른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쉽지는 않았다. 이미 내겐 매일을 10분 단위로 쪼개 글을 쓰고, 업무를 하며, 공부를 해야 하는 나름의 일정이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꾸 만지작 거리기로 했다. 신경 쓴 엇박자는 그리 자연스럽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있었지만, 억지로라도 그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도 난 엇박자를 계속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았다.
2021년 여름, 수원의 한 카페
엇박자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반복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
그렇게 나는, 엇박자의 시작을 '문득'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걷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 정해진 것들이 대부분인 우리의 삶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우연을 만나기 위한 노력 하나쯤'으로 산책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언제부터 였을까 '산책') 문득, 늘 귀에 자리 잡은 이어폰을 빼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폭염을 이겨보겠다며, 빵빵하게 틀어놓았던 에어컨 소리가 멎자, 이렇게나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소리기 때문이 아닐까'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그 찰나의 순간 '사각사각')
또 문득,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김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처음부터 앉아갈 수 있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며
갓 태어난 빛을 만나는 시간, 무언가로 가득 채워질 앞으로를 기대하는 시간, 어둠 속을 뚫고 나온 반가운 존재들을 짚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같은 듯 다른 사이사이를 무언가에 이끌리듯 들어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마주할 수 있는 골목길의 매력을 발견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이쪽으로 가볼까?라는 문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였을까 '골목길')
2021년 봄, 화성의 한 카페
문득으로 시작된 엇박자는 당연함을 벗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둔해졌던 감각을 깨워주는 역할로 내게 다가왔다.낯선 곳에서 마주한, 나만을 위한 순간을 거쳐 내 눈에만 보이는 보물로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 그 순간들과 교차되는 엇박자는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부족한 실력임에도 내가 꾸준히 특정 대상에 대한 에세이를 쓸 수 있었던 것도 나로부터 시작되는 엇박자가 아니었으면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서 처음까지의 거리를 좁혀준 것도 문득,으로 시작된 나만의 엇박자가 시작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처음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