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여러 스타트업을 거치며 기획자와 PM으로 일하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장 집중했던 건, 공통의 기준에 따라 진행 중인 업무를 문제없이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08. 앱스토어 내 업데이트 노트를 자주 살펴봐야 하는 이유’, ‘15. 기획자로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등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성격의 글을 써 내려가며 이전 과정과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미리 훑어보고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업무라는 울타리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개인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계속되었다. 주어진 과제를 수동적으로 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해온, 그리고 앞으로 계속하게 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역할로의 자발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내가 떠올렸던 건, 대학교 시절의 경험이었다. 당시 나는 여러 공모전과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대외활동은 아주 일부지만 실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전은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스킬을 구체적으로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황은 조금 달라졌지만 비슷한 방법을 업무 외 시간에 해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다.
내 동기는 명확했다. ‘필요에 의한 시작' 그리고 ‘배움'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운영 중인 ‘지금 써보러 갑니다'는 나의 대표적인 사이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시작되었다. 위자드웍스에서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을 때 국내엔 ‘SaaS’가 거의 없었고, 생산성 툴 역시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 사례를 계속 들여다보며 개인 노트에 정리하고 팀에 공유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후 같은 상황에 있는 기획자들이 이런 서비스도 있으니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하나, 둘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페이지 내 좋아요가 하나, 둘 쌓이자 페이스북 광고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소액으로 타깃을 계속 변경하며 여러 각도로 공부할 수 있었다. 팬이 5,000명을 넘어서며 채널 확장에 대한 마음과 설치형 블로그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워드프레스를 개설하게 되었고, 직접 글을 쓰며 단순 소개를 넘어 분석의 성격이 들어간 글을 하나씩 발행할 수 있었다. 또 ‘모바일 앱 뜯어보기/훑어보기', ‘뉴스레터'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더 다채롭게 이어가는 연결고리로 활용할 수 있었다.
혼자 알기 아쉬운 서비스 소개 : 개인 노트에 정리한 내용 확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 개설 : 페이스북 페이지 오픈
운영하는 채널 더 깊게 이해하기 :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 집행 및 인사이트 정리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작은 서비스 만들기 : 워드프레스 공부 및 사이트 제작
직접 운영하는 채널과 작성한 글로 수익화 : 애드센스 포함 광고 공부 및 설정
워드프레스 블로그 유입 채널 다각화 : 검색엔진 최적화 공부, 설정, 적용
더 많은 사람들이 글 보게 하기 : 모비데이즈, 오픈애즈, 디지털 인사이트 등과 콘텐츠 제휴
발행된 글과 소개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만들기 : 페이스북 그룹 개설
발행한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법 : 뉴스레터 제작 및 발행
발행한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법 : 서비스 기획 가이드북 제작
혼자 알기 아쉬운 서비스를 소개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나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무엇보다 업무를 하며 느낀 갈증을 조금씩 해소해 줌과 동시에 단계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어떻게 확장해 갈 수 있는지 스스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겐 잠을 줄여서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다만, 지금까지 ‘지금 써보러 갑니다'와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씩 참여하고 진행하며 잊지 않고자 노력했던 기준 중 하나는 ‘욕심내지 않고 명확한 목표'를 통해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업무와 달리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기에 당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시작한다면 멀게 느껴지고,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 앞의 목표부터 하나씩 달성해야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될 수 있고, 이는 꾸준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 써보러 갑니다’ 페이스북을 개설하며 처음 설정한 목표는 당시 페이지 인사이트를 볼 수 있었던 기준인 팬 100명을 한 달 동안 만드는 것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행 이유는 그럴듯한 결과를 만드는 것 아니라 필요에 의한 ‘배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배움을 목적으로 한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시, 보통 ‘서비스’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앱, 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자!라고 시작할 수도 있고, 나의 기획, 디자인, 개발 등의 실력을 더 좋은 곳에 활용하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생각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크고 작음’ 그리고 ‘서비스, 비 서비스'를 떠나 명확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준과 목표가 명확하다면 더없이 좋은 자기 계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1) 효율적인 시간의 활용
가장 큰 장점이자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드’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프로젝트는 하루 업무 시간 외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그 외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업무 시간 외 매일 30분 정도 투자해야지! 출, 퇴근 시간에 필요한 자료들을 모으며 공부해야지! 등 이런 고민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01. 시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2) 목표 달성에 따른 성취감
작은 목표라 하더라도, 하나씩 단계별로 달성했을 때의 쾌감은 성장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홀로, 또는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지만 실험성이 강해 회사에서 써보지 못하는 방법을 마음껏 써볼 수 있고, 목표 설정도 상대적으로 융통성 있게 설정할 수 있으니 그에 따른 성취감은 경험치 이상의 매력을 가져다준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마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업무 시간을 삼키는 것이 전제가 아니라, 업무 외 시간을 업무와 연결 지어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3) 서브 퀘스트로 얻는 경험치
메인 퀘스트가 회사의 업무라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서브 퀘스트라고 생각한다. 메인은 우리의 매일에 반드시 필요하고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서브는 필요할 때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MMORPG 게임을 보면, 캐릭터 하나가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는 꽤 다양하다. 메인과 서브는 과정은 다르지만, 경험치를 획득하고 게임을 더 다양하게 즐기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같다. 이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배운 여러 스킬들을 회사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경우가 많다.
(4)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모르는 것은 미리 배우기 위해
‘경험’과 ‘배움’은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접근이 없다면 이도 저도 아닌 시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다. 플랫폼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앱 서비스를 주로 담당하던 내게 워드프레스 사이트는 ‘웹'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개념은 물론 앱과 조금씩 다른 점들을 배우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급작스레 웹을 담당하게 되었다면 별도 시간을 할애해 치이듯 배웠어야 하는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5) 또 다른 나를 만나, 더 다양한 가능성을 알기 위해
부캐의 시대고, N 잡러의 시대다. 그저 또 하나의 부캐와 수익을 위해서라면 추천하지 않지만, 매일 일정 시간 이상을 업무에 투자하는 우리에게 개인의 발전을 위한 과정에 참여하며 알게 되는 나의 모습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또 다른 매력이다. 또 다른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나도 몰랐던 능력을 하나씩 알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이런 만남은 업무만 진행했을 때 쉽게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 번은,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앱스토어 내 소개 문구를 직접 작성했다. 기능을 단순히 나열했던 기존 방법 대신, 우리가 이 서비스를 왜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적절한 길이로 풀어냈다. “당신이 마음을 담아 직접 촬영한 사진만큼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배경화면이 주는 의미는 잊지 않겠습니다. 매일, 가치 있는 배경화면들을 만나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게요!” 그때 작성한 글의 일부로, 변경 후 한 사용자에게 장문의 메일을 받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앱 소개 문구는 처음이라는, 이 앱을 계속해서 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줬다는 내용이었다.
계속, 글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지만, 다양한 성격의 글을 꾸준히 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도 업무를 하며 갈증을 느낄 때가 많다. 이는 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역으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동기는 스스로가 더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등의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그러니, 스스로 ‘대단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작게 시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질주가 아닌 완주로 끝맺음되었을 때, 우리의 갈증은 사라지고 더 나은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