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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아이 Jan 31. 2024

나는 대한민국의 K장녀다

마흔에 나는 나로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집단 속의 나는 항상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모르겠지만 회의나 모임 등에서 사람들  이익과 편의를 위한 의견에는 조용히 있거나 중간을 택했다사실 딱히 내세워서 취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어느 의견이고 들어보면 각기 사정들이 있으니까 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래도 저래도 좋았지만 이러다 점점 물맛 인간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염려도 됐다.간혹 남들이 주장해서 얻은 결과물의 혜택을 누릴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애매함은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됐다

사람들  편이 갈리면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고 차라리 외로운  나았다.

부대낌 보다는 내심 혼자 있을  있는 자신이 멋져보이기도 했다.


사소한 일이어도 내가 원하는 일에 열정일 수는 없을까

노인이 되면 자동 안전모드로 진입할 텐데 젊어서부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러 이유가 혼재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K장녀다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장남의 첫째 딸로 태어났고 4 터울의 남동생도 있다타고난 성격은 순종적이면서도 민감성이 높아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은 정보가 오감을 통해 들어온다.

 감정보다는 엄마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렸고 헤아렸고 가족의 중심에 서서 관계조율의 역할을 했다.

평생에 걸쳐  마음 애씀이 많이 소진되어 의욕을 상실한 느낌이다.


정신의학자 아들러는 출생순서에 따른 성격형성에 대하여 설명했다.

보편적으로 첫째는 책임감원리원칙적통제적보수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둘째는 첫째와 막내 사이에서 적응적경쟁적이며 야심가가 많다막내는 어린시절부터 손윗 형제들의 역량에  미침을 느끼며 자라기에 열등감을 많이 느끼면서 자라지만 귀여움사랑스러움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다후에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나면서 열등감이 동력이 되어 형제들을 능가할 정도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외에도 여러 가지 성격이 형성되어 있다.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이 어쩜 이렇게 다를까 라는 흔한 말이 있는데  말은 맞다.

성격과 기질도 다르겠지만 첫째와 둘째를 바라보는 부모도 각각 다른 부모이기 때문이다.


유교사상의 최전선을 달리는 아버지와 그에 못지않은 자존심과 통제력을 지닌 어머니와의 스펙터클한 줄다리기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엄마 노릇해야 .' 라는 책임감을 짊어진  딸린 어린아이.

할머니가 계셨지만 할아버지와 데면데면 했던 냉담한 분위기블록통을 밟고 주방에 올라  밥을 푸고 할아버지의 점심상을 차리곤 했던 아이부모님    나를 사용하면서도 내게 강요하는 아빠의 심부름 명령은 싫어했던 엄마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어른들의 세계  어린소녀는 TV  가수 주현미가 우리 부모님이었으면 하는 꿈을 꾸며 현실에서 비현실로 도피하곤 했다.


"할아버지 진지 잡수세요."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3, 4학년 때쯤 돌아가셨지만 나와 좋은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다.

초등학교 하교시간 쯤이면  멀리 교문에서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실 때가 종종 있었다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운동장 놀이기구에 앉아 계셨다혼자 하교했다면 5~10분이면 집에 도착했을 텐데 중풍으로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손에 지팡이 손은 나의 손을  잡고 2,30 만에 집에 도착했다도착하자마  냄새를 맡으면 좋지 않은 할아버지 냄새가 손에 뱄다할아버지가 학교에 자주 오시면 매번 느리게 가야 하니 싫었고 가끔 오시면 그래도 나를 예뻐하셨던 할아버지가 반가웠다

 


할아버지와 산책을 가다 신호등을 건너던 때가 기억이 난다.

초록불이 이미 빨간 불로 바뀌었는데 할아버지는 항상  밖에  지나가신다.

그러면 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교통경찰 마냥  손은 양쪽 차들을 통제하고 나머지 손은 할아버지를 재촉했다.

아빠가 술만 드시면 내게 토로했던 왕년의 할아버지와의 비극이 상상이 되진 않지만  내용 그대로 우리 남매에게 대물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유년시절에 함께 울고 웃었던 빌런이  있는데 또래와 놀고 싶은 나를 지구 끝까지 따라다녔던 남동생이다집안에서 받은 억압을 밖에 나가 푸는지 개구장이 짓으로 나의 놀이를 방해하고 화나게 했다.

함께 놀다가 동생이 다칠 때는 혼날까  공포였고 동생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마음이 한껏 후줄근해졌다.

퇴근하신 엄마의 얼굴을  때면 긴장을 놓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딸의 마음이 토닥여지며 자랐으면 좋으련만 가족구성원은 맏딸을 충분히 사용하고도 성에 차지 않아 했다.

타인의 요구는 충족이 될수록  커지는 법이다긍정의 말로 이끌어주는 말보다 비난과 채찍질로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환경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져  방식이 잘못된 건지도 몰랐다. '남들도  그렇게 살아라는 말은 나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시켰다. "그렇게 말씀하셔서  마음이 속상해." 라는 감정을 알려주는  따위로는 통하지 않았기에.

 

이런 환경에서 나의 갈길은 3가지였다.

 

첫째 말이  통하는 막무가내가 되던가

둘째누르면 눌리는 대로  할말도 못하는 찌그러진 병신으로 살아가던가

셋째언제 들이닥칠  모르는 상황에 철저한 근거를   있도록  속에 비대위를 따로 설치하던가

(과부하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항상 장착하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과 가슴속 답답함은 검사를 해도 이유를   없는 신체화 증상으로 변이 되었다 가방은 약국이라 불릴 만큼 언제나 약이 있었고 두통약을 자주 복용했다.

그래서 지금은 웬만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신기한  마음 깊은 곳에 생에 대한 호기심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제대로 장작을 만나기만 하면 다시 에너지를  불타오를 것이라고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지버티는 자가 승리한다고 했던가.

사막 여정 같았던 긴긴 20 년도 결국 지나가더라숨이 붙어 있기만 한다면.

어른이  나는   있는 일이 많아졌고 살려놓은  안에 불씨를 피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림 영역>

누구도 해줄  없다면 내가  자신에게 해주면 된다.

"그동안의 애씀에 수고많았다이제는 너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말하고 행하렴.

앞으로는  자신을 먼저 아끼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갔으면 한다."


긍정,감사의  (그림)

물맛인간이었을  몰라도 작은 의견 상위에  틀을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현재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있다.

-첫째라는 환경으로 용기리더쉽을 기를  있었다.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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