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뒤집을 때마다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라 뒤집개와 주걱까지 동원해서야 겨우 뒤집을 수 있었고
나중 익기 시작했을 때는 몸통이 반타작이 날려고 했다.
그렇게 80프로를 익히니 45분이 지나 있다.
칼집 낸 부위에 레몬즙을 뿌리고 또 약불에 서서히 구워냈다.
생선을 굽다 보니 몇 년 전에 생선 한 마리와 씨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 동창이 살았는데 그녀의 남편은 낚싯배를 모을 만큼 낚시광이었다. 매주 주말이면 남편이 잡아온 문어며 우럭을 종종 갖다 주어 먹기는 했으나 생선 손질을 못하는 나에게는 가끔 고역이었다.
그렇다고 그만 가져오라고 할 수도 없는 일. 내게로 오는 생선들은 거의 친정 집에 갖다 드림으로 생선 손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생각건대. 이 친구는 남편이 취미로 잡아오는 물고기들이 정말 싫었던 것이다.
한 번은 밤늦게 수업을 마치고 쉬려는데 이 친구가 큰 비닐봉지에 담긴 거대한 생선 한 마리를
딸의 손에 들려 보내왔다.
나는 그 무거운 것을 싱크대에 부어 넣고 깜짝 놀랐다. 싱크대를 가득 채운 한 마리의 가오리 모양의 갈색의 고기~!!
부리부리한 눈에 삼각형의 얼굴을 가진 거대한 고기가 떡 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것이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깊은 해저 에서 잡혀온 괴상한 미물 같았다. 친구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이거 무슨 고기야. 처음 보는 건데.. 고기가 무섭다야."
나는 진짜 무서웠다. 할 수만 있다면 도로 가져가라 하고 싶었으나 그건 좀 아니지 않은가.
" 나도 몰라. " 그렇게 말하고는 남편에게 고기 이름을 물어보는지 수화기 너머로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삼벵이래." 그러고는 전화를 똑 끊는 것이다. 이 친구는 저가 감당이 안되니까 나에게로 골칫덩이를 넘겨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멍하게 선 체 아직도 눈을 또렷이 뜬 삼각형의 고기 얼굴을 바라보며 전화를 끊었다. 야밤에 생선을 장만하기도 그렇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친정어머니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쟁반에 담는데 고기가 돌덩이다. 미끄럽기는 또 어찌나 미끄러운지. 냉장고에 다 들어가기가 힘들겠다 싶었다.
몇 번 미끄덩거리며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겨우 잡고 고기를 토막 내려고 식칼을 들어댔는데.
어라 칼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옆 지느러미도 칼날이 밀리고야 만다.
고기의 골격이 단단한 쇳덩이와 같았다. 20여분을 힘을 쏟다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흔한 고기는 아니었던지 한참 걸려서 동영상을 찾아냈다. 나는 그제야 의심스럽고도 불안한 마음을 삭힐 수 있었다. 그 생선이 사람이 먹는 것이라는 그 사실 하나가 고기 손질보다 더 중요하였던 것이다.
동영상에서 본 대로 생 무를 잘라 고기의 비닐을 제거하는데 비닐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것의 거대한 대가리를 잡고 뒤로 꺾었더니 그렇게 칼로 해도 안 되던 뼈가 툭 소리를 내며 쉽게 부러졌다.
그렇게 그것을 쟁반에 들어갈 크기로 자른 후 냉장고에 집어넣었는데. 무려 두 시간이 넘게 고기 한 마리 붙잡고 씨름을 한 것이었으니 엉망이 된 싱크대를 치우면서 큰 물고기는 앞으로 손대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다음 날.
내가 손질한 생선을 보고 엄마는 재미나다는 듯 짓궂게 웃었다. 성질 급한 딸이 짜증은 낼대로 내며 서툰 손짓으로 거대한 생선을 작살냈을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 같았다. 해녀인 엄마는 고기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러나 먹어보지는 않았던지 그날 저녁 미역국을 끓여 먹었더니 시원하고 맛있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그것을 중도에 버리지 아니하고 힘껏 장만한 대가를 받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 삼벵이의 야무진 동그란 눈은 명확한 화질로 기억에 남아있다.
음식은 정성이라 했던가.
식탁 위에 덩그러니 돔 구이 한 접시. 그리고 갓 지은 밥뿐이었으나,
다들 맛나게 먹어주고 또 나중에 카톡에 글까지 올려 주어 한 시간 동안 공들인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래는 지인이 보내온 '돔 구이 찬탄 글'이다.
"
이제는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녀석.
온몸이 그을린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녀석이 쟁반에 저리 화려하게 있었군요.
사진이 아니었으면 뼈도 못 추릴 뻔하였네요
그의 이름이 참 은혜입니다 돔(도움), 감성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만큼 온몸을 내어준
나의 돔이 된 녀석에게 감사하며 갓 잡은 녀석의 신선도를 위해 애써주신 우리의 **아빠와 수십 번을 뒤적이며
맛난 요리를 대접해 주신
오!! 언니께 더불어 돔(도움)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 뜻대로 창세전에 택정 된 창조의 풍성함을 따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돔의 삶을 살 것을 기도합니다
오늘따라
아로새긴 흑 쟁반에 그의 자태가
감동입니다~^^♡ "
돔 구이에서 도움을 생각해 내다니 얼마나 기발한 언어유희인가.
한 그릇의 밥상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은 내가 그들에게 정성을 다했음을 나 자신이 보았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어디를 가든지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 시대에 한 끼 밥상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