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쨍하게 귓불을 때리는 한가로운 길가.
오직 따스한 커피 한잔만을 위해 사람들은 집을 나설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원두를 갈아서 드립 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사람들은 두꺼운 코트를 껴입고 게으른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허한 마음을 달래 줄 안정적이고 낯선 장식이 가득한 곳으로 간다.
그 곳에 이 겨울의 한적함을 달래 줄 경쾌한 음악이 흐르면 더 좋겠다.
도시에서라면 거리의 캐럴송이, 사람들 무리가, 화려한 상점들의 알록달록함이
발걸음을 신나게 하고 흥을 돋우기 마련인데,
작은 도시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찾기가 어렵다. 거리를 가득 채워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와 비례해서 상가들도 활기차지 않고 길거리의 캐럴송이 흐른들 텅 빈 거리에 적막을 깨울 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겨울의 붉은빛으로 진한 커피로 연말을 풍성하게 하려는 사람들은 꼭 나타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오든 지간에 커피숍을 따스하게 만드는 것은 주인의 노력과 센스라는 것을 말해주듯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겨울의 낭만을 느끼게 해주는 꽃카페에는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커피숍을 들락거리고 처음에는 그들만의 인테리어에 감탄하고
또 그것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에. 그러니까 계속 가다 보면 늘 비슷한 아메리카노 맛. 카푸치노 맛에 싫증을 내고 멀리하고 만다.
그런데 이 곳은 그런 커피숍의 모습과는 좀 색다르다.
평소 흔하게 봐오던 꽃은 물론 세상에 이렇게 생긴 꽃이 있냐고 할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이국의 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뺏어 놓는다.
올 봄,이 꽃까페가 문을 열었을 때 달리아, 과꽃, 오이초, 와인빛 맨드라미, 메리골드, 보랏빛 라벤다, 등등 아름다운 꽃들이 유리장 안에 환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 정말 내 마음을 흔들었던 꽃이 있었는 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폼폰이라는 큰 눈송이처럼 생긴 꽃이다.
섬세한 꽃잎이 바늘 크기로 작게 둘둘 말려서 빽빽하게 꽂혀있는, 겨울 코트에 장식으로 달면 딱 알맞게 크기다.
오늘은 그 곳에 들렀다가 폼폰은 못 보고 안개꽃 더미를 대신 보고 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의욕상실 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 작은 공간에 가득한 아름다운 꽃들을 보는 순간 만큼은 삶의 의욕을 느끼기도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나는 폼폰을 학교 선생님이 된 제자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그 탐스런 폼폰을 보면서 세상에서 진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꽃을 마주하고 있으면 왜 그 꽃말이 '진실' 인지를 곧 알게 된다.
이 겨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폼폰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