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젠체스토리 한 컷 툰

by 아찌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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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 막힐 듯한 더위에 에어컨 없이는 잠들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창문을 열어 두면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이불을 끌어당기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때마다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난 주말,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았습니다. 집 안에서 빈둥거리기엔 그 맑음이 너무 아까워 대충 옷을 걸치고 집 근처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의 풍경은 언제나 그렇듯 차분하고 따뜻했습니다. 나뭇잎 끝자락이 서서히 붉고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고, 잔잔한 호수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가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와 피부를 스치며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호수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발걸음을 맞추다 보니, 문득 계절이 선물처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더위와 싸우며 지쳐 있던 마음이, 이 계절의 바람 앞에서 조금은 풀어지고, 조금은 위로받는 듯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거창하지 않아도 늘 충분합니다.


해가 기울 무렵,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켰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호수 위로 드리운 석양과 물결 위에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니, 세상은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손에 감도는 잔의 온기와 입안에 퍼지는 차 향기, 그리고 창밖에 펼쳐진 가을 풍경이 어우러져 그 순간만큼은 어떤 걱정도, 어떤 바쁨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게 바로 가을이지.’


짧아져 버린 봄과 가을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 때문에 더 특별한 계절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귀하고 소중합니다.


이 아까운 계절, 가을.

그 시간이 다 흘러가 버리기 전에, 더 많이 걸으며, 더 많이 바라보며, 더 많이 느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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