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정해주고, 어디까지 맡겨야 하나요?
“우리 회사는 R&R이 명확하지 않아요.”
“세부적인 것까지 지시를 받으니, 자율성이 제한되어서 답답해요.”
회사에서 자주 들리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입니다.
그러면 리더는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럼 어디까지 결정해 주고, 어디서부터는 맡겨야 하지?’
조직 안에는 명확함을 요구하는 사람과 자율성을 원하는 사람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둘 다 틀린 말도 아니에요.
단지 서로 다른 심리적 욕구가 충돌하는 순간인 것이죠.
R&R = Role&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달라는 팀원은 불확실성에 특히 취약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긴 하는데,
유독 불만이 큰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태생적으로 예민한 기질이 있거나,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에 특화된 사람들입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보다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 알고 싶은 것이죠.
그러니 역할이 모호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매뉴얼이 분명해야 안정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기준이 명확해도 이들의 불안은 끊임없이 피어나요.
매뉴얼을 꼼꼼하게 짜서 알려준다 한들
"그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지금 하라는 대로 잘하고 있는 건가?”
라는 불안이 다시 생기고 말거든요.
리더 입장에선... 다소 황당한 소리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심리란 게 그런 것을 ^^;;)
심리학자의 한 마디: R&R을 요청하는 팀원에게 일을 세세하게 지시하는 것은 반쪽짜리 답입니다. 팀원에게 업무를 잘 설명하되, 이 일을 잘못되어도 큰 잘못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죠. 이런 팀원들은 이미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가볍게 먹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와요. 그리고 애초에 큰 실수를 할 만큼 대담한 일을 저지르지도 못한답니다.
반대로 자율성을 원한다는 팀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답이 주어진 일’보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죠.
시키는 일보다 스스로 시도해 보는 경험에서 성취감을 얻고요.
그렇다고 아직 팀원급에게 무한한 자율성을 부여할 순 없겠죠?(그럴 거면 나가서 사장해야지)
그러니 이런 팀원에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건설적인 피드백의 설계입니다.
“이 방향은 좋았고, 이건 별로였습니다, 다음엔 이런 점을 더 보완합시다.”
이런 피드백은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팀원 스스로 배움의 순환을 만들게 합니다.
즉, 자유를 허락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와 개선점을 연결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심리학자의 한 마디: 자율성을 원하는 팀원에게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은 차가운 마음과 날카로운 통찰력이에요. 이들에게 에둘러 말한다고 대화를 길게 해 봐야 효과가 없어요. 간혹 "그렇게 잘하면 본인이 하든지 왜 나한테 그래?", 리더를 들이받고 싶은 마음만 생기게 만들죠. 그러니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해산시키는 게 좋아요. 다른 팀원들에게 그들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잘 되면 잘난 팀장을 둔 내 탓, 못하면 기회까지 마련해 줬는데 활용하지 못한 네 탓...?
제목을 보고 곧장 여기까지 내려왔다면,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적당히 R&R도 명확히 하면서, 적당히 자율성도 주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요.
하지만 이런 기계적 절충은 두 집단 모두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최악의 결과를 낳습니다.
일단 리더의 첫 번째 과제는 사람을 구분하는 눈을 갖는 일입니다.
명확한 절차와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팀원은 '불안이 높은 애구나'
자율성을 원하는 팀원에게는 'T처럼 대해주면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에 따라 리더십의 톤을 달리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리더십을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이미 절반의 해답을 얻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