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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함 vs. 마이크로매니징] 디테일과 불안의 경계선

손을 털고 일어나는 연습

by 황준선

“우리 팀장님은 꼼꼼해서 좋아요.”

“근데 또 너무 일일이 간섭해서 힘들어요.”


칭찬과 불만이 동시에 들어오는 리더십의 대표 사례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꼼꼼해야 하고, 어디서부터가 간섭일까?’


이 질문은 수많은 리더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사실, 꼼꼼함과 마이크로매니징은 다른 특성이 아닙니다.

동일한 심리에서 나온 두 얼굴일 뿐이에요.

차이가 생기는 건, 그 성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느냐의 문제죠.


디테일의 힘

꼼꼼한 사람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한 번 본 건 잊지 않는다

작은 오류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화려한 말보다 정확한 실행을 더 중요하게 본다


조직 입장에서는 아주 든든한 리더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잡아주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높여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쉽게 말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tempImagei7sKJN.heic 출처: unsplash

꼼꼼함의 뿌리 — 불안

사실 꼼꼼함의 뿌리에는 꽤 높은 수준의 불안이 있습니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가 책임지는 자리인데, 내가 챙기지 않으면 불안한데…"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기 때문에

자잘한 것 하나까지도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 이 불안은 리더가 되면 더 강해집니다.

‘내가 실수하면 팀 전체가 욕먹는 자리니까요.’

그래서 꼼꼼한 리더일수록

업무를 놓지 못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자꾸 손대게 되고,

결국 팀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팀장님이 자꾸 제 일을 빼앗아가요…”

“제가 뭘 해도 계속 검토를 하시니까 지쳐요…”


꼼꼼함이 팀장의 미덕에서

마이크로매니징이라는 단점으로 미끄러지는 순간입니다.


업무의 주도성을 추구하는 팀원의 눈에서 본 ‘마이크로매니징’

마이크로매니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특히 궁합이 나쁜 팀원이 있습니다.

바로 자율성을 중시하는 팀원인데요.


"팀장님이 제 일을 믿지 않는 것 같아요."

"저보고 하라고 해놓고, 결국 본인이 다 하네요?"

"이럴 거면 그냥 팀장님이 하세요..."


이들이 마이크로매니징을 바라볼 때는 깐깐함 정도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더 보고 실수를 줄이자는 의도 자체는 반박하기 어렵고

또한 상하관계까지 얹어져서

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니까요.

tempImagewKAYqI.heic 출처: unsplash

그래서 이런 팀원에게는

리더의 꼼꼼함이 ‘의도’가 아니라 ‘불안에서 시작된 행동’ 임을

투명하게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토씨 하나까지 보고 또 봐야 하는 게 정답이고,

넌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접근하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특히 이런 팀원에게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서로를 향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 위에선

팀장이 아무리 완벽한 업무 처리 결과를 보여주더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팀원의 눈에는 팀장이라는 햄스터가 땀나게 쳇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꼼꼼함이 존경이 아니라 무시를 유발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심리학자의 한 마디: 꼼꼼한 리더에게 “조금 덜 꼼꼼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숨을 덜 쉬어보세요”라고 말하는 거랑 비슷합니다. 키가 큰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니라는 뜻도 되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건 덜 꼼꼼해지는 연습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내 책임인지 경계를 세우는 연습”입니다. 자신의 꼼꼼함을 십분 발휘하되, 자신이 설정한 책임의 경계를 충족한 순간 미련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게 부하 직원에게 넘어가든, 상사로 넘어가든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결심하는 연습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무언가 부족하다 느껴도 사실 그 일은 남들보다 더 높은 완결성을 갖고 있을 겁니다.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순간 꼼꼼함은 강점으로 유지되고, 팀원에게 존경받는 리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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