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이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무기력이 찾아왔다. 한동안은 소파에 있어도 책상 앞에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화면만 들여다보거나, 보는 것조차도 하기 힘들어 안절부절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럴 땐 그냥 쉬면 될 텐데 쉬는 방법을 잘 몰랐다. 여행을 갈 기분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무기력인 거겠지. 뭐라도 하고 싶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닌가 싶었다.
| 주 2회는 운동해 보기로 다짐했다. 일명 라운드 숄더. 굽은 등과 어깨를 바로잡기 위해 동생에게 맛있는 밥을 사고, 나름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막상 시작해 보니 대부분의 근력운동은 무거운 걸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동생이 나의 고질적인 문제점 하나를 지적했다.
"누나는 들어 올릴 땐 천천히 잘 올리면서 내릴 땐 너무 쉽게 툭 놓네. 그러다 다친다."
내 인생의 문제가 뭐였는 지 그 말을 듣고 알았다.
|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공을 들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게 내 의도와 상관없이 종료되거나 실패하거나 하면 너무 쉽게 미련 없이 돌아섰다. 마치 그런 일은 시작한 적도 없던 것처럼. 훌훌. 한때는 그게 쿨한 줄 알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한 옳은 선택인 줄만 알았다. 지나고 보니 그런 일은 없었다. 힘든 건 힘든 건데 회피한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엉뚱한 데서 꼭 사고를 쳤다. 동생 말이 맞다. 힘들게 들었으면 놓을 때도 천천히 놔야 된다. 서두르지 말자. 툭 놓지 말자. 그게 내 몸과 마음, 시간에 대한 예의라는 걸 근력 운동하며 문득 깨달았다. 참, 허투루인 건 아무것도 없다니까.
| 그렇다고 버티는 게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너무 오래 버티면 다음 세트를 못 든다. 리듬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