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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Oct 30. 2024

오후

| 오후는 시작과 끝의 중간에 서 있다. 하루를 견디는 중심 구간이다. 깜빡 졸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직 바깥은 밝고, 사람들은 걷고, 차는 달리고, 대부분 깨어있다.


| 오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 혹은 차. 그것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준다. 사무실 혹은 작업실, 카페 안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창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느낀다.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 창밖을 볼 수 있다면 오후에 보는 것이 좋다. 한 방향으로 달리는 차, 갑자기 쏟아지는 비, 우산을 쓰고 바삐 걷는 사람들을 보며 계절의 방향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루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든지 늦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며칠 째 비염 때문에 고생을 했다. 오후를 통째로 날려버린 날이 이어졌다. 밤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나면 후회했다. 일단은 나갔어야 했는데. 적어도 오후에는.


| 아침을 잘 보내야 한다. 그래야 오후도 있다. 


중간을 알아차려야 한다. 중간의 시간을, 과정을, 기분을.... 그리고 오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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