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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MNI Jun 22. 2020

아빠의 뒷모습이 자꾸만 작아진다

입원이 예정된 날이었다. 아침 아홉 시를 앞두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오후 두 시부터 입원할 수 있다기에 서너 시 경에 도착하겠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 두 시쯤 만나기로 하고 다시 단잠에 빠졌다. 입원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새벽 다섯 시에야 겨우 잠이 든 상황이었다. 열두 시쯤 일어나 일을 마무리하고 전날 미처 꾸리지 못한 짐을 쌌다. 속옷과 양말을 넣고 노트북과 책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충전기를 가방에 쑤셔 넣고 집을 나섰다.


때마침 도착한 아빠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보니 상주 보호자 1인만 들어올 수 있단다. 어쩔 수 없이 아빠에게 지하 아케이드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아빠는 알겠다며 뒤돌아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아빠의 뒷모습이 슬펐다. 아빠는 늘 그런 역할이다. 난생처음 수술하는 자식이 걱정돼서 한달음에 달려와도 늘 엄마 다음이다. 엄마에게 기꺼이 보호자 자리를 내주고 뒤돌아선다. 서운한 기색 하나 없이.


단 한 번도 혼자 들어선 적 없을 카페에서 낯선 이름의 메뉴를 시키고 멀뚱멀뚱 앉아있을 아빠 생각에 마음이 쓰였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아빠 옆에 앉아있고 싶었지만, 수술 전 교육 때문인지 코로나 예방 때문인지 외출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에게 아빠한테 내려가 있으라고 교육이 시작되면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빵 한 조각만 사서 금세 올라왔다. 아빠는 이름도 모르는 음료를 한 잔 다 비우고 앉아있다고 했다. 입에 맞지 않은 음료를, 돈 아깝다는 이유로 억지로 다 마신 건 아닐지 속상했다.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교육은 환자 혼자 들어도 된다고 했다. 수술 날 온종일 병원에 있으려면 힘들 거라며, 오늘은 어서 가서 쉬라는 말로 엄마를 서둘러 돌려보냈다. 엄마는 연신 내일 몇 시 수술인지 알게 되면 연락하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첫 입원. 첫 수술. 병원놀이처럼 실감 나지 않던 하루는 아빠의 뒷모습만 진하게 남았다. 아빠의 뒷모습이 자꾸만 작아진다. 작아진 아빠의 등이 마음을 찌른다. 우리가 더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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