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단상 - 최적에 대하여
최적화의 올가미
어떠한 방향이든 최적의 길로,
효율과 합리, 속도와 가성비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무용한 인간상을
동시에 만들었다.
네비게이션엔
거리우선과 큰길우선과 최소시간과 고속도로우선이 있어서
비탈길과 언덕배기와 꼬부랑길과 벽화길이 없어서
2번이랑 3번이랑 4번이랑 5번길은
잊힌다.
잊히는 길은 곧 덮여
빠르게도 못 죽는다.
싱싱한 발목에 족쇄를 채우며
더욱 빨라지길 바라는,
꽃나무밭을 보는 가장 빠른 길은
다시 돌아가는 것도 다 알면서
혼자 묶이고 묶이고 묶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