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

단편소설

by 진부기

어린 시절 휴지 한 장 던져주면 휴지 조각을 동글동글 뭉치며 울음을 뚝 그쳤다는 희주는, 항상 코딱지를 판다. 그녀가 둥글게 뭉친 코딱지가 가득 담긴 유리병이 벌써 10통째다.


그녀가 찾는 건 단 하나, 진정한 사랑.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꽤 많은 남자가 있다. 본인이 관심을 가지면 누구라도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그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모 덕에 누리는 그 혜택이 당연했다. 주범은 단연 학교에서 눈에 띄는 선배였다. 훤칠한 키에 요즘 유행하는 깔끔한 얼굴 덕에 과에 몇 없는 훈남으로 통했다. 희주와 주범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술을 마시며 서로의 관심을 확인한 밤, 희주의 방에서 몸의 대화를 나눈다. 서로를 탐닉하며 나눈 체온과 촉감 덕분이었을까? 한 시간은 그들의 관계를 끈적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희주는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느낀다. 취기가 그녀를 좀 더 빠른 고백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희주는 침대 서랍에 있는 유리병을 하나 꺼내 주범에게 건넨다. 지름 3mm의 코딱지가 가득한 유리병이 찰랑인다. 주범이 묻는다.


“이게 뭐야?”

“뭐게? 맞춰봐.”

“글쎄…?”

“내 코딱지들.”


순간 주범은 표정이 굳어진 채 희주를 멍하니 쳐다본다.


“농담이지?”

“엄청 많아.”


서랍 가득한 10통의 유리병은, 씻지도 않은 주범이 서둘러 옷을 입고 그녀의 집을 떠나게 했고, 그날은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이었다. 그녀는 어떠한 미련도 없다. 그녀가 모은 코딱지를 사랑할 수 없는 상대라면, 진정한 사랑의 요건에 맞지 않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모든 걸 사랑해 줄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외모의 축복 덕에 희주는 금세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름 건용.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 되기 전, 그의 마음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진정한 사랑일 수 없는 사람과 시간 낭비 따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희주는 건용을 집으로 불러 자신의 코딱지들을 보여준다. 건용은 흠칫 놀라더니 희주를 쳐다보며 말한다.


“이런 취미가 있었어?”

“왜? 싫어?”

“아니 좋아서.”


희주는 건용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탐닉한다. 지금껏 만난 흐지부지한 남자들은 모두 건용을 만나기 위한 단계였으리, 희주는 생각한다. 희주는 매일 같이 건용을 집으로 불러 서로의 입술을, 몸을, 모든 것을 핥고 빨고 만진다. 건용이 말한다.


“우리 집 갈래?”


남자 집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희주였다. 희주는, 건용이 자신을 집에 초대한 건 그만큼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 생각했고, 평생을 함께할 진정한 사랑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희주와 건용은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서로의 입술을 핥기 시작한다. 희주 집에서와 비슷한 루틴으로 사랑을 나눈 후, 건용이 희주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한다.


“보여줄 게 있어.”


건용은 희주를 데리고 침대 아래로 내려가 침대 덮개를 들어 올린다. 수백 개의 페트병, 그 안 가득한 노란 액체들. 그중 하나를 꺼내는 건용이다. 희주가 묻는다.


“설마… 아니지?”

“뭐라 생각하는데?”

“뭔데…?”

“내 일부였던 것들이지.”

“변태 새끼…”

“너랑 내가 뭐가 다른데? 다 우리의 일부였던 거잖아.”

“역겹다 진짜.”


희주는 씻지도 않은 채 서둘러 그의 집을 빠져나온다. 상종 못 할 변태 새끼와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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