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개미

단편소설

by 진부기

햇빛이 쨍쨍한 날이면, 시우는 몇 번이고 연속해서 돋보기로 개미를 태웠고, 개미는 아무 소리 없이 바스락거리며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들리는 건 시우와 친구들의 웃음소리뿐. 개미는 어디로 가는 길이었을까? 개미도 친구가 있었을까? 난 그저 방관자였다. 몇 분 사이 타 죽는 개미의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나는 늘 시우의 가방을 든 채로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멈춰 서면 나도 멈춰 섰고, 그가 달리면 나도 달렸다. 그래야만 했다. 그가 헛기침을 두 번 하면 편의점에 달려가 콜라를 사 왔고, 오른팔을 한 번 돌리면 나의 얼굴을 그의 오른손 옆에 갖다 댔다. 그래도 이 규칙만 지키면, 그가 이유 없이 언짢은 몇몇 날들을 제외하고선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나는 늘 시우 발밑에 엎드려야 했다. 엎드려 있다가도 그가 헛기침을 두 번 하면 매점으로 달려가 콜라를 사 와야 했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 늘 박장대소했고, 반 아이들은 그저 방관자였다. 나도 언젠가 개미처럼 우습게 사라지려나?


섬에 살아서인지, 여름엔 특히나 비가 많이 왔다. 그는 우산 쓰는 신하는 없다 했고, 내가 젖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개미를 태우지 않았다. 정확히는 태울 수 없는 것이었지만.

운이 좋은 개미여, 다시는 그의 눈에 띄지 말길, 다시는 그와 마주칠 일 없길.


나는 왜 하필 시우와 같은 학교일까? 왜 하필 같은 반일까? 왜 하필 그의 레이더 안에 들어갔을까? 왜 하필 키가 작을까? 왜 하필 말랐을까? 왜 하필 싸움을 못 할까? 왜 하필… 태어났을까?

나와 개미의 다른 점은, 난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비가 온다. 운이 좋은 개미 한 마리 더 살겠지. 우산 쓴 시우의 뒤를 졸졸 따라 걷는다. 걸을 때는 그와 1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더 가까워서도, 멀어서도 안 된다. 시우가 헛기침을 두 번 한다. 나는 그를 앞질러 달려가 콜라를 사야 하는데, 그를 앞지를 수가 없다. 난 분명 열심히 뛰는데도, 그와 점점 멀어진다. 그가 휙 뒤돈다. 우산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친다. 화가 많이 났다는 증거다. 그가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오다 말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가 내게 더 다가온다. 그가 이리도 거대했었나? 그의 가랑이 사이가 보인다. 그는 내 옆에 놓인 교복과 가방을 발로 차며 소리친다.


그가 저 멀리 사라진 뒤, 나는 웅덩이에 비친 나를 본다. 개미다. 그것도 비 오는 날 그를 마주친 운 좋은 개미. 오늘은 그를 만난 뒤 가장 운이 좋은 하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어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