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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22. 2020

'샛복'이란 무엇인가? #003

#에피소드 3 : 만화방 대탈출 프로젝트

# '샛복'이란 무엇인가? 시리즈 게시물로 처음부터 읽으시면 좋습니다.


https://brunch.co.kr/@zinzery/7 

(#000 : 프롤로그)

https://brunch.co.kr/@zinzery/8 

(#001 : 숫자로 군대에서 꽃길만 걷다)

https://brunch.co.kr/@zinzery/10 

(#002 : 101번째 프로포즈)


# 에피소드 3-1 : 만화방 대탈출 프로젝트 chapter. I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2년, 결혼한 지 정확하게 1년 만인 2004년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치웠다. 당시 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대학생 20명을 데리고 브랜드 체험단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때였는데, 또래의 직원들이 너무 부러워했던 그런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후배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회사를 홀연히 떠났다.


월급이라고 해봐야 100만원 조금 넘는 정도였고, 그중 70% 이상을 저축을 했지만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홍대 앞에 '셀프라면가게'를 차려보겠다는 처음의 기개는 어느덧 현실 앞에 조금씩 무너지게 되었고, 조금씩 양보를 하던 끝에 홍대 말고 홍제, 라면가게 말고 라면 파는 만화방을 시작하게 되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모든 의욕과 의지가 소멸되어 가고 있을 때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선배님이 새롭게 큰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함께할 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다니던 직장에서는 사람까지 같이 빼오는 것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인 만큼 회사 밖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내가 나름 적격이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나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함께 이직을 한 회사는 1년 전 내가 다니던 회사보다 연봉이 거의 1.5배가량 되었던 것 같다. 지난 1년여간 만화방을 하면서 잃어버린 시간, 돈, 명예, 자존감 등을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마음으로 이후 8년간 다른 맘 품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일을 하게 된 소중한 기회였던 것이다.


2004년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에 그냥 만족하면서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찔함에 항상 나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곤 한다.




# 에피소드 3-2 : 만화방 대탈출 프로젝트 chapter. II


결혼하고 첫 신혼집은 미아동에 있는 아주 조그만 전셋집이었다. 만화방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게 운영 시간이 너무 길고, 새벽시간에 이동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다 보니 우리는 만화방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는데, 새로 이사 간 집에 벌레가 너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집주인 할머니와 계약해지 문제로 너무 잦은 싸움이 일어났다. 14시간 동안 만화방을 지키면서 손님과 싸우고, 아침에는 주인집 할머니와 싸우고, 새벽에 집에 돌아오면 벌레와 싸우고 정말 삼중고였다. 어찌어찌 할머니와 극적 합의를 하고, 새로 이사할 집을 찾게 되었다. 주인 할머니와 싸우면서 초반부터 욕지거리로 태교를 한 뱃속 첫아이에게도 미안하고, 전세살이의 서러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굳은 결의를 하면서, 우리는 가진 돈을 모조리 긁어모으기 위해 적금 해지는 물론 청약 저축 해지, 종신 보험 해지 등 모든 돈을 모으고 모아서 대출까지 5천만원 받아서 결국 21평 아파트를 마련하게 되었다. 2년마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을 만화방 근처 전셋집 주인 할머니 덕에 악착같이 긁어모아 사게 되었으니, 그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그 후 10년이 지나 아들만 두 명이 되었고, 그 아들들이 점점 커나가기 시작하여 10년 만에 아파트를 이사하려고 보니 아파트 가격이 10년 만에 딱 2배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다시 한번 또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때 그 할머니가 친절하게 세스코를 불러서 벌레들을 싹 잡아주었더라면, 끝까지 버티면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렇게 악착같이 긁어모아 집을 사려고 노력을 했을까? 지금도 2년마다 집주인 눈치를 보며 불안에 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그 할머니는 사실 알고 보면 하늘에서 보내 준 천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억에 빠져보는 밤이다.


to be continue..

'샛복'이란 무엇인가? #004.fin 샛복의 3요소


#샛복 #샛복은나의인생 #샛복이즈마이라이프 #소확복 #소소하지만확실한복

#인생지사새옹지마 #샛복이란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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