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터졌다 Jun 12. 2021

밤 기차.

너에게 간다.

초겨울 밤기차를 탄다. 

늘 창가 자리로 예약을 하고 딱딱한 의자를 약간 젖히고 간이 테이블을 올린다. 캄캄한 바깥 풍경을 내다보듯 창문을 쳐다보지만 내 얼굴이 거울처럼 비친다.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는 내 얼굴을 창 밖을 핑계 삼아 계속 바라본다. 

밤 기차는 이상한 마법이 서려있는 것 같다. 

고요하게 달리는 기차 안에 앉아 창가 쪽에서 스며드는 오소소한 한기를 느끼다 보면 내 마음이 가장 추웠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때는 잘 모르고 지나쳤던 내 마음이. 내 감정이. 소름이 돋게 한가득 느껴진다. 


밤 기차는 이상한 마법이 서려있는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나를. 보여주고. 내가 몰라줬던 내 마음을 알려준다.

정해진 내 자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추위처럼. 


내릴 수 없는 너에 대한 내 사랑을 대면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 그런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