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AI시대가 두렵군.
2학기 개학에 맞춰 마음만 바빴다. 마음'만' 바빴다. 오른쪽 다리를 삐끗해서 틈나는 대로 침대에 누워있으면서도 마음만 바빠서 몇 가지 일을 저질렀다.
한때 커다란 어항에 종류별로 키우던 물고기들이 하나둘 죽은 뒤 모조리 정리했는데 다시 키우고 싶어졌다.
새벽 3시 40분에 스탠드 두 개를 맞불 놓고 그 사이에 고개를 수그리고 어항을 골랐다.
물고기도 다시 고르고 수초도 꼼꼼하게 살폈다. 아. 이 생각을 왜 못했지? 바보같이. 코로나 시대에 외출도 못하는데(내가 사는 지역은 내내 4단계였다.) 물고기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진작 볼걸.
주문해놓고 물을 받아 수질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오홍홍 신났다.
아침이 되자마자 아이에게 내가 고른 물고기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그때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브런치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그러고 보니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한참 되었다. 사실 쓰려면 매일 두 편씩 꼬박 올릴 수도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패스! 패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브런치에 와서 뭐라도 쓰고 있다. 만약 이런 것도 재능이라면, 나는 말을 참 잘 듣는 사람이다.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면 뭐 그냥 그럭저럭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안한 사람이다.
해석을 좀 비뚤어지게 해서 그렇지 출력은 꽤 가성비가 놓은 재질이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에휴. 재능이 없으면 꾸준히라도 써야지. 뭐하니. 심연의 속에서도 고흐는 매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대잖니. 필력은 노력이란다.
노트북 앞의 내 뒤를 지나치는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난 애플 스네일 잔뜩 키워보고 싶어. 같이 주문해줘."
"어. 안돼. 애플 스네일이 수초 다 뜯어먹을걸."
단칼에 거절했고 거절했다는 것을 브런치에 곧바로 적었다. 그리고 5분도 안돼서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한 5마리 정도만 한다? 더 이상은 안돼. 노란색은 생뚱맞잖아. 안 그래?"
"...."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할 일에 빠져있다.
"어. 그럼 7마리까지만 한다?"
더는 안돼. 심연의 늪을 주제로 꾸미는 어항에 노랑노랑 한 애플 스네일이라니. 딱 7마리만 허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