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앞서 이야기한 부분을 통해서 삶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지독한 회의주의자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완벽한 어둠을 대면했을 때 그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행위였다’는 문장을 떠올린다.
이는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을 통해 알 수 있다. 유명 개그맨인 주인공은 팬데믹의 시절 아내를 의료 과실로 잃고 공황까지 재발한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우리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또한 아내를 잃은 의료 사고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며 남들을 웃기기 위해 촬영을 하는 이분법적 자아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편을 느낀다. 매니저가 차를 늦게 가지고 오는 사소한 일로 공황이 재발하며 남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제주도로 떠나게 된다. 좋은 일은 몇 번이고 일어나도 감사할 줄 모르는데 나쁜 일은 한번 일어나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에서도 공황을 겪으며 한 승무원을 만난다. 그 승무원은 그가 진정될 때까지 그의 곁에 있어 준다. 남자의 토사물로 그의 옷이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한다. ‘괜찮아요 이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선생님을 안심시키는 것’ ‘저는 젖지 않았어요’ 그리고 남자는 그 승무원을 통해 육체, 감정, 이성까지도 위로받으며 머릿속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로 돌아오며 그는 암흑을 맞이하게 된다. 각자의 역할을 잘한다는 변명으로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 또한 있을 때는 소중한 줄을 모른다는 말을 떠올린다. 아내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슬픔과 외로움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그는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을 터득한다. 그것은 내가 어떤 이야기의 완전히 몰입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세상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나를 무너뜨리고 좌절하게 만들더라도,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게 하는 힘을 발견한다.
놀이공원을 좋아하는 지수와 집에 가고 싶은 재연의 모습과 맞물리는데, ‘놀이공원의 안내 지도는 사랑에 빠진 청춘들을 위한 것이었다. 자유이용권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용하기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순간을 불평하면서 보내지 말고. 혹시 그런 마음이 든다면, 사랑이든 일이든 꿈을 가져보기를’ 그렇다. 어쩌면 누군가는 사랑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재연과 지수를 통해 그것을 보여 준다. 그들의 이별에 서로를 향한 너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랑 때문에 언제라도 모든 것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고, 그것이 사랑의 힘이니까. 그래서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롯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