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도 있다
아니
그런 날이 있다
잠시 멍했을 뿐인데
시간이 숭덩 썰려버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단숨에 비워버린 게 엊그제 같은데
담벼락 위 조로록 놓인 눈병아리를 마주할 때처럼
아연해진다
한 것도 없는데 세상은 달의 지배 아래에 있다
책(責)한다 한들 돌아올 시간도 아니건만 그렇게 나를 꾸짖어댔다
채찍질로 나아가는 사람이 아님을 이제야 안다
가만히 곰곰이
그럴 만했다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1퍼센트까지 아낌없이 써서 새까맣게 변해버린 화면처럼
충전이 필요했구나 다시 켜질 만큼의
어떤 게으름은 이토록 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