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고 러닝 하지만 체중은 변하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EBS에서 세계 테마 여행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여행지는 중국이었고, 여행을 하는 사람은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수였다. 기암절벽, 돌다리 같은 곳을 두루두루 여행하다, 그 도시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왔다. 백 살이 넘으신 할머니가 역시나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아들의 수발을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고, 교수가 할머니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불쑥 이런 말을 한다.
"먹고 살만 쪄서 큰일이에요."
순간 나 혼자 웃음이 빵 터졌다. 백 살 넘은 할머니도 살찔 걱정을 하시다니!
내가 가끔 먹는 걸 주저할 때 남편이나 아이들은 그러지 말고 먹고 싶을 건 그냥 먹으라고 내 등을 민다.
남편의 레퍼토리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 곱다!'이고,
아이들은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다.
그 책임감 없는 말을 믿고 진짜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 어떻게 될까?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늘 체중계에 올라간다. 약간의 감량을 기대하지만 곧 실망한다.
좀 억울하다. 운동일지를 쓴 지 한 달이 넘었고 러닝에 요가까지 하고 있지만 체중 변화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큰 일 날 건 없다. 내가 무슨 배우나 셀럽도 아니고, 그냥 중년의 현직 전업주부일 뿐이니
언제까지 얼만큼 살을 빼고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일정 같은 건 평생 없을 예정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건, 여기서 딱 5kg 정도만 더 빼면 지금 갖고 있는 옷들을 훨씬 잘 소화할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옷을 많이 사진 않지만 그래도 내 눈에 딱 들어와 인연을 맺은 터라
한 벌 한 벌이 각별하다. 이렇게 마음은 굴뚝인데, 나이 탓인지 의지가 약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순간이 오면 정말 먹고 죽은 귀신이 예쁠 거 같고, 기분 좋게 먹으면 살이 하나도 안 찔 거 같다!
그런 마음으로 먹은 일탈 음식들이 떠오른다.
크림이 폭발하는 노티드 도넛 두 번 먹었고, 감자칩 일곱... 아니 여덟 봉지,
그리고 딱 한 번 밤 11시에 농심 튀김우동 큰 사발을 막내와 둘이 나눠먹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큰 아이와 수다가 길어지며 새벽 2시에 가래떡 5cm 정도를 꿀에 찍어 먹은 거...
(이게 치명적이었나?)
그래도 그거 말곤 하루 세 번 끼니에 충실했던 거뿐인데, 주 2회 요가에 거의 매일 러닝을 하는데도
체중의 변화가 없다는 게 억울하다. (끼니에 너무 충실했었나?)
그래도 운동을 하며 먹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 건 분명하다.
몇 번의 일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사는 그래도 건강식에 가까웠다.
아침엔 버터 발라 구운 빵을 먹어도 야채를 함께 먹었고,
낮에 운동하고 돌아와서 먹는 점심엔 아주 가끔 짜파게티를 먹어도 닭가슴살을 곁들였다.
(막상 쓰고 나니 당당할 일이 아니었던 거 같기도?)
저녁 식사도 대부분은 내가 만든 집밥이다. 요리 솜씨는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책임감은 있는 편이라
장을 보고, 밥을 짓는 일이 전업주부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물론 종종 냉장고에 식재료를 모두 소진하지 않고 버리는 일도 생기고,
음식 맛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오래전에 읽었던 경영 관련 책 내용이 떠오른다.
능력 없고 게으른 직원보다
능력 없고 성실한 직원이 오히려 회사에 해가 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고해야 한다!
몇 번의 일탈은 인정하지만 지난 한 달, 요가 수업 한 번도 안 빠졌고, 평일 러닝도 쉬지 않았다.
예전엔 헬스장 갈 생각을 하면 머릿속이 컴컴하고 아득하고 아프기까지 했는데, 요즘은 설렌다.
특히 화요일 밤, 목요일 밤 잠들기 전엔 더 설레는데, 그 이유는 다음 날 아침에 요가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고 가벼워진 몸으로 러닝을 할 생각만 하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행복하다.
하지만 내 체중의 십의 자릿수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내가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는 확실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걸 바꾸진 않을 생각이다.
어느 정도는 맛있게 먹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종종 실망은 하겠지만. 괜찮다.
이제 시작인데 중년, 쉽지 않다. 마음이 파도치기 시작하면 정신을 못 차리겠다.
몸이 무너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 뛸 수 있으니, 감사하며 좀 더 뛰기로 마음먹는다!
큰 애가 '부장님'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는데,
주말에 혼자 산에 가고 종종 학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함께 공부하는 네 살 많은 선배가 몸이 너무 피곤해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자
우리 아이가 운동을 권했단다. 그러자 그 선배는 이 나이에 운동까지 하면 쓰러진다고 했다나?
그러자 우리 아이,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는데!"
딸에게 들은 그 말이 참 좋았다. 엄마, 더 열심히 운동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