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단 8일째...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린이날이 금요일이라 목요일에 요가를 한 후 러닝을 했던 게 마지막 운동이었다. 그날 운동을 하면서도 주말까지 꽉 찬 여러 일정에 대해 걱정을 했다. 그래도 운동 시작하고 체력이 많이 좋아져 지난겨울엔 교회 밥 봉사와 남편 없는 아이들과의 제주도 여행까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정을 소화했기에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눈을 뜬 순간 천장이 빙빙 돌았다. 어지러움과 함께 속이 울렁거렸고, 편도선까지 부어올랐다. 그동안 러닝, 요가 운동일지 쓰며 체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정말 그런가 생각한 순간도 있었는데, 중년의 체력은 안개인가?
지난 금요일엔 어린이날이지만 어버이날로 지냈다. 두 명의 시누이 가족과 우리까지 모두 시댁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 격려하고 자랑도 시원하게 들어주며 이 정도의 가족애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엔 남편이 집을 비우는 바람에 나 혼자 밥을 열심히 했다.
학교에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체육대회를 하고 온 둘째가 목이 부어 아프다고 했고, 이번 주엔 집에 못 온다던 큰애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금요일 밤 집에 왔다. 아픈 아이에 아플 것 같은 아이까지, 밥을 향한 엄마의 책임감이 불 일듯 타올랐고 다행히도 며칠 전 코스트코 장을 봐둔 터라 아침부터 양고기를 썰어 마라샹궈를 만들었다.
일요일엔 교회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남편이 교회 주일학교 초등부 부장집사라 어제부터 교회에 가서
풍선도 불고, 짜장면도 먹더니 오늘은 빨간 조끼를 입고 주체 측의 면모를 제대로 뽐내고 있다.
난 주체 측은 아니지만 나름 아이 주변을 서성대며 살폈다. 함께 있던 엄마들, 교사들과 즐겁게 수다도 떨고,
오랜만에 즐거웠다. 너무 즐거워 무리를 했나?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편도선이 붓고 어지러웠다.
나의 지병인 이석증이 찾아왔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나마 어지러움은 하루 이틀 견디면 그래도 사라지는 증상이지만 편도선이 부으면 왠지 지옥문 앞에 선 듯한 기분이 든다. 본격적으로 감기가 시작되면 코가 막히고 열이 나고 그렇게 막 진행되는 감기는 웬만해선 끝나지 않는다. 그놈의 기침을 하느라 잠도 못 자고, 자존감도 무너진다. 다시 그 고통의 시간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결국 러닝이고 요가고 다 소용없었다는 허탈감에 마음이 무너졌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말한다.
"좀 쉬셔야겠네요."
"쉬다니요? 선생님, 저 요가하고 러닝하고 운동일지 쓰는 아줌마라고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격적인 감기는 시작되지 않고, 애매하게 목만 부은 상태가 하루, 이틀, 사흘 이어졌다. 하루 종일 따듯한 물을 마시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틈만 나면 누워 잠을 청했다. 수요일 요가 강습은 참석하지 않았다. 요가를 시작하고 강습에 빠진 건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도 엄마로서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멈추지 않는다. 이른 아침 전철역으로 아이들
데려다줄 때, 늦은 밤 전철역에서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올 때, 장을 보러 나갈 때, 들어올 때마다 지나는
단지 내 도로 옆으로 커뮤니티 헬스장의 큰 창문이 보였다. 운전을 하는 중이니 전방주시를 소홀할 순 없지만 그래도 잠깐은 슬쩍 눈길을 주는데, 어떤 날은 러닝머신이 비어있기도 했고, 다른 날엔 서너 명이 뛰고,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 정말 운동하고 싶다. 중독인지 열망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마음이 그랬다. 그렇게 요가 강습이 있는 금요일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직 지옥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운동은 할 수 있나? 아직 무리인가? 갈등을 하던 중 우연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나의 요가동지 지나쥬르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됐다. 제목은 [다시 요가할 결심]. '요가라는 설렘이 찾아왔다.'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나도 결심했다.
오늘은 무조건 요가하러 갈래! 몸이 부서져도 할래!
이 요가가 감기의 지옥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라도 오늘 난 요가를 할 거야!
시계를 보니 요가 시작 20분 전이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엔 짧은 팔 상의를 입지만 체온 유지를 위해 긴팔 상의를 입고 목에 작은 손수건을 둘러맸다. 그리고 보온병에 따듯한 물을 챙기고 요가매트를 옆에 끼고 커뮤니티로 달려갔다.
"지원님, 몸은 괜찮으세요?"
"네. 아직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근데 요가가 너무 하고 싶어서 왔어요.
기침이 심하게 나오면 조용히 나갈게요."
"마스크 쓰셨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따듯한 물이 도움이 될.."
"보온병에 준비해 왔어요."
"오~ 잘하셨어요."
잠깐 명상을 하고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했다. 매트 위에 앉아 상체를 비트는 여러 동작을 했다. 그러다 플랭크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다. 몸이 뜨거워지며 목에 감은 손수건은 풀어버렸다. 정해진 시간은 50분인데, 9시에 시작한 수련이 10시 10분이 돼서야 끝났다. 불이 꺼지고, 사바아사나를 하며 생각했다. 요가 오길 정말 잘했다고. 강사님은 사바아사나 할 때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난 아직 생각을 안 하는 게 쉽지 않다.
요가만 하고 그냥 집에 오려고 했는데, 러닝도 했다. 지옥문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라 딱 20분만 뛰자 생각하며 러닝머신에 올라갔는데 점점 몸이 가벼워져 10분 더 뛰었다. 그러다 결국 40분 채웠다. 다시 운동할 수 있을 거 같다. 행복하다.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과거의 난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말하고 글로 써서 완성하고 인정받는 걸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것에 지나치게 치우친 삶을 살았다. 왠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머리만 내가 아니다. 내 몸의 전부가 다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