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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24. 2023

초장 옆 브로콜리 같은 소년

13. 4월 20일: 

  수요일 급식 메뉴는 일단 멋져 보인다.  

예를 들면, 미트소스 스파게티. 그럴듯한 메뉴지만 소스가 엄청 시큼해서 6교시까지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마늘빵, 분명 빵인데,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그리고 유기농 요구르트. 엄청 기대되는 메뉴지만 먹어보면 

그냥 급식이다. 맛이 없다. 오늘은 게살라면이었다. 게살라면이라니! 도대체 뭘까? 

친구들과 오랜만에 기대를 하며 급식실로 갔는데, 빨간 국물에 게다리가 하나와 퉁퉁 불은 면발. 

그게 다였다. 그래도 게 다리를 손으로 집어 들고 쪽쪽 빨아먹었다. 

그래도 후식으로 나온 에그 타르트는 맛있었다.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귀한 에그 타르트다. 

오늘도 ‘급식 먹고 토크쇼’를 하기 위해 스탠드에 가려는데 예은이가 반납해야 하는 책이 있다고 해서 

도서관에 먼저 갔다. 그런데 도서관 책상에 강민이와 수아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놀랍게도 둘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강민이가 수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웬만큼 눈치가 있다면 알 수 있다. 

나도 알고, 예은이도 알고, 전학 온 하나도 알 것이다. 하지만 다정이는 모를 수 있다. 

다정이는 눈치가 없으니까. 

나는 괜찮아 모둠의 팀장으로서! 둘이 뭘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두고 싶어 슬쩍 다가갔다. 

놀랍게도 수아와 강민이는 똑같은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둘 다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내가 오는 것도 

모르는 거 같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이거 혹시 질투심인가? 


솔직히 4학년 때도 강민이는 반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남자아이였다. 



그렇다고 나까지 강민이를 좋아한 건 아니다. 

강민이는 ... 왠지 초장 옆에 놓인 브로콜리 같다. 

싱그러운 나무처럼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먹으면 밍밍한 바로 그 브로콜리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공부를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강민이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물론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사실 난 그렇게 예쁘지 않다. 

귀여운 편이라고 할까? 안타깝게도 이제 생리를 시작했으니 내 귀여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뭐야? 강민이랑 수아랑 둘이 이제 완전 사귀는 거야?”   

“그러게, 초장 옆에 있는 브로콜리같이 밍밍한 강민이가 수아랑 사귀나 보다.”

     

예은이와 나는 낄낄 웃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수아와 강민이는 같은 수학학원을 다닌다. 엄청 어려운 문제집을 푼다. 

점심시간 후 노는 시간은 고작 30분인데,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한다. 

문득 내 운명의 책 ‘모모’가 떠올랐다. 

수아와 강민이는 지금 회색 신사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너에게 남은 시간은 요것뿐이야! 서둘러! 서두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어떻게 노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 수 있는 거지? 





*다음 주 월요일에 올릴 나나의 그럭저럭 일기의 제목은 '드디어 알게 된 하나의 비밀'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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