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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Aug 24. 2024

에어컨, 잠깐 끄고 가실게요~

아파트 커뮤니티 오전 요가반의 여름 풍경

 작년 겨울, 우리 요가반 모두가 염원하던 숙원사업은 짐룸 바닥에 열선을 까는 일이었다. 

온풍기만으로는 바닥의 찬기를 막을 수 없었다. 춥다고 강하게 틀었다간 숨이 턱턱 막혔다. 

긴 겨울, 매트 밖으로 손만 나가도 어찌나 차가운지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매트 두 장을 연결해 그 위에서 요가를 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등을 대고 누우면 어김없이 찬 기운이 올라왔다. 

(찬기운이 너무 싫어 커뮤니티 헬스장에서 20분을 뛰고 요가를 하러 적도 있었다!) 

몇 명 안 되는 회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요가반이 운영이 된다면 수강료의 30%는 어김없는 아파트의 수입원이 될 것이고, 벌써 몇 년 동안 이렇게 운영을 했다면 이익도 조금은 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수입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투자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 우리 요가반의 입장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새로 선출된 아파트 주민 대표의 공약이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였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열선이 깔리고 그 위에 다시 마루가 놓이는 공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우리의 공간은 따스함을 갖추게 되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인데... 어느새 바닥의 냉기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요즘은 그 차갑던 바닥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닥 열선 공사를 염원하던 우리의 입장은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느낌이다. 

정말 우리에게 그런 날이 있었던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물론 또 추운 겨울이 오면 바닥에 열선을 틀고 그 따듯함을 만끽하며 그때 이 열선 공사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 바닥이 얼음장이라 우리 다 같이 얼마나 고생했냐고 할 것이다. 요즘 날이 너무 더우니, 차라리 그런 날이 어서 빨리 오면 좋겠다! 요즘 여름이 너무 길고, 너무 뜨겁다. 오후에 해가 작렬할 때 길에 나가면, 무슨 일인가 싶다. 정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게,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 심지어 찬물샤워를 하고 있는데 물이 미지근하다. 나 찬물 튼 거 맞나? 확인을 하게 된다. 찬물 맞다! 근데 이렇게 뜨듯하지? 땅이 뜨거우니 파이프도 열이 올라 물까지도 그렇게 된 모양이다. 아침에 요가 짐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밤새 얼마나 더웠냐고, 인사를 나눈다. 수요일인데, 웬일로 화목반 언니가 있다.


"오늘 수요일인데 오셨네요?"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어제 강습 못 왔거든..."


60대인 언니는 나름 피부미인축에 드는 거 같은데, 얼굴이 까칠하다. 계속 이어진 열대야 때문인가?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 건가? 열대야는 언제 사라질까? 작년에 우리 단지 옆 다른 단지에서 폭주한 에어컨 사용량으로 인해 건물 지하에 있던 전기 관련 장치에 문제가 생겨 오랜 시간 정전이 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도 그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하 주차장이 연기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화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난 원래 냉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에어컨을 자주 틀진 않지만, 그래도 공부하겠다고 책상이 앉은 아이가 덥다고 하거나 퇴근한 남편이 힘들어하면 에어컨 리모컨을 손이 든다. 창문을 닫고 잠깐 틀었는데,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온다. 과도한 전력 사용으로 인해 어떤 기계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계속 이렇게 전기를 사용하면 모두가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음 달 나올 관리비도 무서우니 겸사겸사 에어컨을 꺼보지만, 결국 참다 참다 다시 틀게 된다. 폭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한 거 같다. 더위가 재난이다. 앞으로 지구의 온도는 더 올라갈 일만 남은 거 같은데... 덥다고 에어컨을 자꾸 틀면 실외기의 그 뜨거운 바람이 지구의 온도를 더 높이는 악순환이 계속될 텐데, 어떡하나. 환경 운동가가 아니지만,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지구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에코백, 텀블러 물론 사용하지만, 100%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집은 배달음식 거의 안 먹고, 난 마트에서 흙 묻은 무도 에코백에 던져 넣을 만큼 개념도 생겼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나쁜 녀석들, 그리고 에어컨... 

... 


"8월 마지막 요가강습은 야외에서 해보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그늘 진 곳에서 돗자리를 놓고, 

그 위에 매트를 깔고요,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요가해요 우리!" 

"오~ 너무 좋아요!"

"지원님 사는 000동 뒤 편에 정원처럼 된 곳 있잖아요, 거기서 하면 될 거 같아요"


난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유튜브에 해변이나 산, 정원에서 요가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이라는 게 해변이나 산만큼 자연에 가깝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주변에 나무도 많고, 흙도 많으니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에어컨바람을 맞으며 하는 요가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강습 시간은 에어컨 OFF! 죄 많이 짓고 잠깐의 참회기도로 청산하려는 거 같아 좀 찔리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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