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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정말 일어나야 하나?’였습니다. 손은 이미 스마트폰을 향해 뻗어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지난 휴가의 여유로운 오후에 머물러 있었죠.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와 침대 시트 위에 따스한 무늬를 그리던 그 오후들 말입니다.
달콤했던 휴가가 끝났습니다. 저는 다시 ‘직장인 모드’로 전환해야 하지만 몸과 마음은 아직 휴가 시간표로 맞춰져 있죠. 늦은 아침, 느긋한 커피 한 잔, 계획 없는 산책,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해방감.
거울을 보니 제 얼굴도 아직 휴가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실로 돌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피로감 때문인지 눈가에 어김없이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근하기 싫다.’ 중얼거리며 찬물로 얼굴을 씻어 내립니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쌓인 메일들, 미뤄뒀던 업무들, 동료들의 안부 인사와 함께 쏟아질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휴가 동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평행우주에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 다시 그 무거운 현실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비슷한 표정입니다. 출근길 아침의 그 특유한 무거움이 객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출근 전 마지막 여유를 만끽하고, 또 어떤 사람은 벌써부터 스마트폰으로 업무 메시지를 확인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죠.
7시 알람, 출근 준비, 지하철, 사무실. 이 모든 것들이 다시 하루를 잘게 썰어놓습니다. 휴가 동안 맛본 그 온전한 시간들은 이제 주말의 짧은 토막들로만 남을 것이고, 그마저도 밀린 집안일과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금세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제가 진짜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시간이 내 것이었던 그 순간들일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서두르지 않아도 되던 여유, 오늘 뭘 할까 고민할 수 있는 사치,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서 달력을 봅니다. 다음 공휴일까지는 또 몇 달이 남았습니다. 그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아침이 기다리고 있죠. 저는 매번 이런 허탈함을 느끼면서도, 매번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