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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Jan 02. 2021

3. 장편소설 투고와 출간 계약까지

소설 투고의 어려움

1. 장편소설 초고를 쓰기까지

2. 장편소설 퇴고의 기나긴 과정


2020년 7월 1일, 코로나의 한 복판에서 열한 번째 퇴고를 마친 후 저는 드디어 원고 투고를 결심합니다.

투고를 하기 위해 출판사를 골라야 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한국 장편소설'을 차례로 눌러서 출판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설을 내는 출판사가 상당히 편중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베스트셀러 소설은 출판사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소설을 많이 내는 이른바 메이저 출판사들은 신입 소설가의 장편 원고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공모전이 있습니다.


문학 공모전은 애초에 제가 들여다볼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오래전부터 꿈을 꾸고 열심히 달려오신 분들의 자리니까요.


에세이에 비해 장편 소설은 투고할 곳이 너무 없어 보였습니다.

계속 몇 개의 출판사들이 돌림노래처럼 나왔고, 제 원고를 보낼 수 있는 곳은 도무지 없는 것 같았어요.

신상품 순으로 정렬하니까 드디어 다양한 출판사들이 좀 보였습니다. 기본순, 인기순, 베스트셀러에서는 보이지 않던 출판사 이름이 보였습니다.

서점도 가봤죠. 소설 서가에 달라붙어서 일일이 책을 꺼내어 출판사를 확인하고 목록을 적어 왔습니다.


다음으로는 그렇게 모은 출판사 이름을 다시 인터넷 서점에서 하나씩 눌러가면서 어떤 책들이 나왔나 살펴보았습니다. 소설 출간을 얼마나 하는지, 출간되는 다른 책들이 얼마나 있는지, 출간된 소설의 내용이 어떤지 등등의 요소를 살핍니다. 여기서 얼마 되지 않는 출판사 목록을 절반쯤 지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절반으로 줄어든 출판사 목록을 다시 포털 검색창에서 검색해봅니다. 검색해서 나오는 출판사의 홈페이지, 블로그, 포스트,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을 다 눌러서 살펴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남겨진 출판사 목록의 상당수가 자비출판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자비출판의 장이 이렇게나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놀랐고, 정말 많은 소설들이 자비출판을 통해서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는 출판사에서 제 원고를 선택해주시길 원하기 때문에 자비 출판사의 목록도 지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출판사가 별로 남지 않았어요.

저는 꽤 실망을 하고, 마음을 많이 비우게 되었고요. 출간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었습니다. 출판사에 몸 담았던 지인의 말도 한몫했고요.


"공모전이 아니면 소설은 정말 출간하기가 힘듭니다.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돼요. 온라인 어딘가에서 검증이 된 것이면 모를까. 게다가 처음 쓴 소설이라구요? 진짜 마음을 비우셔야 해요. 그래도 세종도서 이력이 있으니까 초반을 읽어줄 가능성은 있어요."


마지막 말은 위로의 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매일매일 원고가 쏟아질 텐데, 소설 이력이 없는 작가의 장편 원고를 읽기 힘든 건 당연한 거겠죠. 설령 읽어준다 한들 채택되긴 힘들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을까?

말로만 듣던 웹소설 플랫폼을 들여다봤습니다.

'아, 내 소설은 장르물이 아닌데...'

웹소설 쪽에도 제 원고는 설 자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 2018년에 책을 냈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작가님, 요즘 뭐하세요?"

"저는 지난 일 년간 소설을 썼어요."


출판사 대표님도 이미 책을 여러 권 낸 저자이시기도 하고, 투고 원고를 수도 없이 보시는 분이라서 너무 떨리고 민망했지만 어쨌든 저는 제 소설을 보여드리기로 결심합니다. 제게는 전문가의 의견이 간절했으니까요. 대차게 까주시면 저는 저 글을 서랍에 넣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나중에 편집장님께 들었지만 대표님께서 제 소설을 다 읽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거 냅시다!! 재밌네요."


그래서 편집장님도 제 원고를 출력해서 읽기 시작했노라 전해오셨고, 8월 첫날에는 미팅까지 했습니다.

편집장님이 들고 오신 출력된 제 원고에는 여기저기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으며, 이런저런 메모가 쓰여있었어요.

편집장님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하시면서 제 소설에 대해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대표님은 출간하고 싶어 하시는데, 여행 전문 출판사이기 때문에 출간을 위해서는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험을 하기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며칠의 논의 끝에 저도 출판사도 이번 것은 내려놓기로 최종 합의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전문가가 보시기에 '출간을 해도 될'정도의 원고로 보였단 말인가? 저는 이 지점이 너무 기뻤던 겁니다. 매우 어려운 1차 난관을 뚫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출판사 몇 군데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동시에 연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다가 몇 번 들었던 브런치가 생각났어요.

브런치에 연재하면 어떨까 싶어서 얼른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을 하나 쓰고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작가 수락이 되었고(2020.8.6), 저는 어떤 식으로 연재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될 원고라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났습니다.


8월 8일에 연재 시작을 알렸습니다. (소설 연재를 시작하며...)


이미 다 써놓은 원고를 연재하는 것이었지만 올릴 때마다 또 수정을 했고, 모바일에서 볼 때는 어떻게 보이는지 살피면서 글 사이를 뗐다 붙였다 했습니다.

연재를 올리고 독자분들의 반응을 보고, 댓글로 대화를 하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서 저는 연재하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노력에 대한 모든 것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출간에 대한 생각은 이미 저 멀리로 떠나보냈습니다.


게다가 투고한 지 2주가 되었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하는 맘을 접었어요. 

사실 연재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 8월 19일 오전에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를 쓴 김현주 작가님이신가요?"

출판사 대표라고 하셨습니다. 출간하고 싶으니 만나자는 거였습니다.

 

전화가 온 곳은 바이북스 출판사였습니다.


만나자는 말에 저는 원고를 끝까지 다 보신 건지 물었습니다.

물론 끝까지 다 보지는 않았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끝까지 다 읽으시면 지금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말을 다 합니다. (하아~)


대표님은 웃으셨지만 저는 확신이 필요했고 확인하고 싶었어요.

"메일 보낸 지 2주나 지나서 사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저도 2주나 고민한 원고가 처음이에요. 하루에 원고 수십 개가 오는데 원고를 보면 30분 안에 결정이 되거든요."


바로 다음 날인 8월 20일 오전에 출판사로 찾아가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어요.


그러고 나서 40분쯤 지나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같은 날 투고를 했던 또 다른 출판사였습니다.


'출판사 일이 너무 바빠서 오늘 원고를 열어보았습니다. 이 원고를 팀원들에게도 보여주고 회의하는데 3일 정도가 걸릴 것 같은데 보내주신 지 2주나 되어서 다른 곳에서 이미 계약이 된 것인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어머, 이게 뭔 일이지?

불과 한 시간 전에 연락이 온 곳이 있어 미팅 약속을 했다는 아쉬움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어쨌든 내일이 지나서 이 출판사와 얘기해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마음에 조금 더 안심이 되었습니다.


8월 20일 출판사로 향했습니다.

출판사에 도착하니 큰 테이블 위에는 이미 계약서가 출력되어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대표님과 소설 내용에 대해 한참 얘기를 한 후에 출간 계약을 하고, 다시 편집장님과 소설 내용에 대해 한참 얘기를 한 후에 나왔습니다.



저의 세 번째 출판 계약서


최종 원고 마감일이 한 달 후인 9월 20일로 명시되어 있어서 저는 다시 수정 작업에 돌입합니다.


4. 계약에서 출간까지의 기간

5. 장편소설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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