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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Dec 28. 2020

1. 장편소설 초고를 쓰기까지

처음 써 본 소설이 장편이라니!

지난 일 년 반 동안 장편소설을 쓰고 출간(하는, 사랑)하기까지의 여정을 써보려고 합니다.

다섯 개의 글을 올리게 될 예정입니다.




저는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은 아니에요. 많이 써본 것도 아니고, 배워본 적도 없습니다.

블로그를 꽤 오래 하고는 있지만, 그곳은 여행이나 일상 기록을 해두는 장소이면서 소통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글을 많이 쓴다고 절대 말할 수가 없습니다.


기존 작가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브런치만 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토록 많은 글들을 매일 써내다니, 정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합니다.

게다가 저는 다독을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만 읽는 편협한 독서를 하는 사람이에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조차도 없던 사람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 욕망이 있습니다.)


뭔가 쓸거리가 생각나도 금세 '에이, 그거 쓰기 시작하면 언제 쓰고 있어.'그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https://brunch.co.kr/@zoo430/45


윗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첫 책은 제가 한 사이트에 애견 칼럼을 올리고 있을 때 출판사의 제의로 2003년에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애견 칼럼도 글을 잘 써서 올리게 된 게 아니고, 그 당시에는 애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꾸준히 사진을 올리던 저에게 기회가 왔던 거예요.

너무 뭘 모를 때였기 때문인지 별다른 고민도 없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책은 나왔지만 '나는 이제 작가'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물론 글을 쓰고 싶다거나 책을 또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제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장기 여행을 다녀오고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다가, 다시 여행을 가고, 아이를 낳고..... 다시 일과 육아와 여행을 병행하는 삶을 바삐 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배낭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우리의 여행을 좀 정리해보는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무려 14년 만인 2017년에 합니다.

마침 일을 관두고 쉬고 있을 때라 그런 생각이 났던 거죠.


모든 여행마다 저는 매일 일기를 썼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블로그에 사진과 일기를 날짜별로 게시했기 때문에 기억이 바래져있지 않았습니다.

그 기록과 기억을 붙들어 4개월 동안 부지런히 썼어요. 너무 바쁘게 일을 하다가 관두었기 때문에 달릴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간의 여행을 떠올리며 쓰다 보니 꽤 많은 분량이 되었습니다. 책 한 권은 족히 되는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자, 몇 번의 수정을 거치고 사진들을 첨부하여 여행서적 전문 출판사에 2017년 가을에 투고했습니다. 이후의 일은 위 링크의 글에 있습니다.


2018년 2월에 두 번째 책이 나오고 나서도 저는 작가로서의 행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출간 직후에 잠깐 블로그 이웃분들을 위한 몇 번의 1:1 만남과 서평 이벤트 정도만 했을 뿐, 저는 다시 여행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 살았습니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이 두 권이나 나왔지만 저는 여전히 작가 writer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웠습니다.

'요즘은 개나 소나 책 내더라'의 그 '개'나 '소'처럼 보일까 봐 조금 눈치를 보았어요. 한마디로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던 제게 2018년 12월에 약간의 전환점이 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 '내 아이의 배낭여행'이 세종 도서에 선정된 겁니다. (세종도서에 선정됐다고?)

그렇다고 자랑스레 가슴 한쪽에 작가 명찰을 붙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람들과 눈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후의 일상도 여전히 그대로, 별 일 없었지만요.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소재가 제게 주어졌어요. 그날은 2019년 7월 10일입니다. 날짜를 기억하는 까닭은 그 날이 제 아이의 생일날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흔한 소재였고, 남편과 제가 늘 대화하는 주제이기도 했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어떤 계기처럼 느껴졌고, 웬일인지 이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한 번쯤은 스치듯 하는 생각일 거예요. 하다못해 '야, 이건 소설 감이다.' 이런 일들이 있잖아요.

저도 잠깐이지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스치듯 했던 적이 한 번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인 2002년에 큰 맘먹고 산 열 권짜리 ANNE 시리즈를 읽을 때였어요. 두껍고 글자도 빽빽한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순전히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을 뽑아내는 일이 퍽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책장의 상석에 꽂혀있는 2002년에 출간된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저는 소설을 특히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주로 소설만 읽었어요. 제 독서 목록의 절대다수는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새운 밤도 무척 많았어요. 잠을 자야 한다는 이유로 읽던 걸 덮을 수 없는 책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어쩌다 친구가 산문 책을 빌려주면 소설책에 비해 재미있게 읽어내기가 힘들었어요. 소설에 비하면 너무 싱거운 느낌이었고 일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철없던 시절의 생각입니다.)


ANNE 이전에도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그때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도 못했어요. ANNE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그때는 이미 소설 쓰기의 바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마저도 잊고 살았어요.


그런 제가 왜 이런 결심을 한 건지 도무지 알지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던 것도 아니고, 소설을 쓰려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소설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1인칭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정도밖에 없었는 걸요.


쓸까 말까? 그걸 열흘도 넘게 고민했습니다. 쓴다고 시작했다가 다섯 페이지도 안 되어서 관두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시작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평소와 달리 갑작스레 생긴 열망을 모른 척할 수 없어서 7월 21일부터 쓰기 시작했고, 시작한 지 두 달째인 2019년 9월 21일에 A4지 192 페이지에 달하는 초고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소설 쓰기의 시작이었다는 걸 이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2. 장편소설 퇴고의 기나긴 과정

3. 장편소설 투고와 출간 계약까지

4. 계약에서 출간까지의 기간

5. 장편소설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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