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저씨의 요가 도전기
"난 오빠가 요가했으면 좋겠어."
아내가 말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즈음이었다. 우리는 새해 계획을 세우며,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알잖아. 나 몸 진짜 뻣뻣한 거. 그리고 남자가 다닐 수 있는 요가 학원도 별로 없을걸? 너도 요가하러 갔을 때 남자 회원이 있으면 불편하다며."
"뻣뻣하니까 요가를 해야지. 오빠 몸을 보니까 요가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다녀서 괜찮아."
그래? 정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노력해봐도 상상이 잘 안된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내가 수많은 여성 회원들 사이에서 팔과 다리를 꼬으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
"남자도 요가하면 참 좋아요."
8년 전, 여자 친구와 함께 요가원이란 곳에 처음 가 보았다. 어릴 적 다녔던 피아노 학원 원장 선생님 같이 생긴 중년의 여성분이 우리를 반겼다. 여자 친구에게 전에 요가를 해봤는지, 왜 요가를 하려고 하는지, 살을 빼고 싶은 건지, 그런 것들을 묻고는 등록신청서를 쓱 내밀었다. 그러면서 영혼 없는 웃음을 머금은 채 나에게도 요가를 권했다.
"남자분도 요가하면 참 좋은데."
"하하, 저는 다른 운동 하고 있어서요."
할 생각도 없었지만, 원장님의 그 말은 빈 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곳은 여성 전용 요가원이었으니까. 여자 친구는 그날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8년 동안 쉬지 않고 요가를 수련하고 있다. 그 여자 친구가 지금의 아내이다. 나는 그런 아내가 좀 놀라웠다. 한 가지 운동을 이렇게 꾸준하게 할 수 있다니.
"부부가 같이 요가하면 정말 좋아요."
나는 결국 아내와 함께 상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우선 주말반으로 1개월만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남자 회원을 받는 요가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네에 조그만 곳들은 대개 1:1 수업이 아니고서는 여성 회원만 받는다고 했다. 어렵게 집에서 조금 떨어진 요가원을 찾았다. 등록하러 온 우리를 선생님들은 따듯하게 반겨줬다. 이번 요가원의 선생님들은 8년 전 그곳과는 달리, '룰루레몬' 매장에서 막 나온 것만 같은 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혹시, 남자 회원들도 좀 있나요...?"
나는 등록신청서를 작성하며 쭈뼛쭈뼛 질문을 던졌다.
"그럼요, 부부가 같이 들으시는 경우도 많고, 혼자 오시는 남자분들도 있어요."
나는 조금은 안도하며 서명 란에 사인을 마쳤다. 그렇게 모두가 나에게 요가를 권한다면야, 남자들도 많이 한다면야. 한 번쯤 도전해볼 수는 있지. 빨리 결제하고 나가는 길에 1층 빵집에 들르자, 거기가 맛집이래. 그런 손쉬운 마음으로 나의 요가 라이프가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아,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단 한 명의 남자 회원도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