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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이 깔끔하고 확실했다. 스토리 라인도 군더더기 없이 담백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 원작.
Red
빨강은 감정과 열정의 상징으로 쓰인다. 극 초반 줄리안 무어의 옷에서 많이 보인다. 여담이지만, 빨간 니트를 사려고 만난 날 보게 된 영화라 이런 게 더 눈에 들어온 것 같다.
Green
초록은 평안과 초연의 상징으로 쓰인다. 죽음을 앞둔 틸다 스윈튼에게서 많이 찾을 수 있다.
Yellow
그런데 결국 죽음은 노란색이다. 노랑은 천진난만함이자 경고의 상징. 죽음이자 탄생인 걸까?
Infinity
틸다 스윈튼의 딸은 틸다 스윈튼이다. 이젠 줄리안 무어가 초록색을 입는다.
Snow
️모든 건 눈으로 덮힌다. 하얗게. 새롭게. 또 같게.
전체적으로 시 같은 영화였다. 두 사람의 대화가 거의 전부였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죽음을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과 죽음을 앞두고 누구보다 초연하게 잘 죽고자 하는 사람으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누구나 죽는다는 것. 그러니 죽음을 받아 들일 줄 알아야 하며, 잘 죽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토록 세련되고 우아하게 존엄사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게 이 영화가 베니스에서도 칸에서도 상을 받은 이유가 아닐런지..
죽음은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현실적인 문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희망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건 아니고.
줄리안 무어를 들들 볶는 경찰이 광신도로 나오고 그를 등장인물들이 싫어하는 걸 보면 이 영화는 종교적으로 해석되기를 거부한 것 같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자칫 종교적으로 연결되기 쉬운데, 그걸 상당히 경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