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코 Oct 17. 2024

[100-70]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5탄_모래 파기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예뻐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인생을 어찌 대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그 마음속 이야기들을 저에게 다가와 조근조근 말해주면 좋겠어요. 시간이 없어서 귀찮아서 이유를 대며 피하고 아이와 같이하는 시간에 짜증을 부리고 싶을 때가 많아요.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나의 마음을 살피며 보호하고 다독이며 구석구석 에너지를 점검하고 싶을 때가 많으니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몸속 깊은 무언가는 늘 아이를 먼저 생각해요. 그렇게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부산 해운대 앞 바다에서 모래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파도치는 모습에 반하여 그 속으로 퐁당 들어가고 있어요. 시원한 바다로 당신을 안내할게요.

부산 바다에서 다 같이 모래 파기
아이들이 무슨 상상을 하든 가만두어요. 또한 어떤 행동을 하든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요.


Don't touch.


돈 터치 아시지요? 이럴 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내버려두어요. 혼자 있을 때와 여럿이서 함께할 때는 느낌이 달라요. 그 힘은 정말 대단해요.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땅을 파고 있어요. 무슨 일을 꾸미는지 가만두고 저는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를 조물조물 움직이며 저의 흔적을 남겨보아요. 그 속을 끝까지 팔 수 없고 무엇이 가득한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철퍼덕 주저 않아 멀리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해요. 옆에서 흘끔 보니 아이들이 모여서 손으로 땅을 파고 있어요. 누구 하나 망설임 없이 서로 의싸의싸 힘을 합쳐 열심히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요. 그 속에 폭 들어가 앉아있네요. 얼굴만 대굴대굴 있는데 너무 귀여워요. 땅속에 갇혀 있는데 왜 행복해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사진 속에 그 환한 얼굴들을 곱게 담아요. 집에서 혼자 숙제하느라 끙끙대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요. 다른 세상에 들어와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비가 조금씩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우산을 챙겼지만 우산마저도 모래 속에 파묻혀 있네요. 아이가 원하는 것만 시켜도 아무 문제 없는데 그 결정이 쉽지 않아요. 이것저것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엄마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아이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너무 답답해요. 그런데 오늘 아이의 재능을 알았어요. 바로 땅 파는 기술이에요. 기계 없이도 손으로 깊이 파는 에너지를 보니 포클레인 저리 가라 솜씨가 나오네요. 앞으로는 그 재능을 어느 곳에 쓸지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아이가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꾸 미루고 밀어내려고 해요. 공부를 잘할 수도 없으니 좋아하는 거 하며 사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포클레인 기술을 검색하며 아이의 앞날을 생각해요. 딸이라고 못 할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미래의 아이는 포클레인에 앉아 배를 멀리 타고 두바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초콜릿 먹으며 땅을 파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엉뚱한 상상을 하는 엄마를 만나서 아이가 고생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가 어디까지 향하는지 지켜봐 주세요. 목적지가 없어서 답답하지만 어디든 도착해서 당당하게 살아갈 거라 믿어요.


배는 붕 떠서 제 갈 길 잘 가기에 아무 걱정이 없어요.

이전 04화 [100-69]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4탄_루지 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