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6]집에서 즐기는 직업 체험 1탄_TV없애기
아이와 함께 몸으로 마음으로 놀았으니 이제 아이의 미래의 직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며 최종 목표는 독립이지요. 또한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원하는 부모의 바람은 여전해요.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물론 돈을 많이 벌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고단한 직업, 초라한 직업을 가져도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아이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맞은 직업을 선택해서 아이 스스로 가치를 올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제가 아이를 키우며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고 하고 싶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TV를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어요. 그 갈림길에서 고민했던 부분을 이야기드릴게요.
TV 없애기
아이가 어릴 적에 TV를 많아 봐요. 당연히 시력이 떨어지니 멀리서 보라고 재촉도 해보고 다리도 끌어보며 갖은 방법을 써 보아요. 그러다 제가 직장에 가게 되어 시어머님 댁에 아이를 맡겨요. 아이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둘이서 집에 있으니 TV는 늘 켜 놓고 살아요. 아이가 조금 똑똑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 어릴 때 책을 늘 곁에 두고 살아요. 그런데 저희 집 TV가 늘 걸림돌이 돼요.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는 TV를 하루 종일 보네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런데 마침 TV 가운데에 하얗게 세로줄이 가 있네요. 결혼하고 10년 된 TV가 이제 슬슬 아파지는구나 싶어서 혼자 쾌재를 불러요. 그러고는 수를 쓰며 TV의 연결 케이블을 숨겨요. TV가 고장이 나서 볼 수는 없다며 아이에게 이야기해요. 아이의 눈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여기서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엄마의 속임수를 들키지 않으려고 무단히 애를 쓰며 아이를 토닥토닥 달래요. 절대 새 TV로 아이의 정신을 마비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문제는 주말 이틀은 직장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늦잠을 자고 싶은데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깨워요. 더 자고 싶은데 놀아달라고 보채고 안아달라고 애를 쓰니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보름달같이 어여뿐 아이를 안아줘요. 그런데 그 긴 시간을 안아주기만 한다고 아이의 욕구를 채울 수는 없어요. 무언가 재미있는 놀이가 있어야 해요. 당연히 TV보다 강한 끌림이 있어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요. 물론 직장에 다녀서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매달리며 같이 할 수 없어서 주말이면 아이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만들기, 그리기, 색칠놀이, 책 쌓기 등 온갖 놀이를 하며 지내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 육아서를 샅샅이 살피며 그들과 비슷하게 놀고 즐기고 웃고 주말 시간을 알차게 보내요. 그렇게 놀아보니 어느 순간 아이는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해요. 혼자서 요리하고 빵 굽고 엄마 머리 잘라주고 미니 미싱으로 옷을 만들어 패션쇼도 하고 화장도 아티스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으뜸이며 동대문에 직접 아기자기 액세서리를 사다가 팔찌, 목걸이, 발찌를 만들어 엄마, 고모, 할머니에게 선물해요. 또한 여행을 많이 다니니 직접 호텔, 투어, 맛집을 검색해서 즐거운 여행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요.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해요. 어디서 그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지 저도 가끔 궁금하다 싶어요. 아이에게 놀라운 능력 주신 하늘에 계신 그분에게 감사해요(저는 무신론자, 죄송. 죄송해요). 남은 스토리는 아이와 함께한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꾸미도록 할게요.
그럼 이만 안녕. 또 만나요.
TV가 없으니 시간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