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코 Oct 23. 2024

[100-90]집에서 즐기는 직업체험5탄_패션디자이너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요. 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나봐요.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계속 나와요. 요리사, 제빵사, 바리스타 무언가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정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는 미니 미싱을 사달라고 하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적에 집에서 TV, 핸드폰 없이 긴 시간을 혼자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주려고 해요. 옆에서 24시간 아이를 컨트롤하지 못하니 직장맘으로서 고민하고 생각할 틈이 없어서 아이가 직접 선택한 미싱을 구매해요. 아이는 그날부터 어디 가서 미싱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혼자 뚝딱 뚝딱 공순이가 되어요. 바늘귀에 실을 넣고 드륵드륵 발로 밟고 천을 밀면서 무언가를 생산해요. 먼지 폴폴 날리는 저희 집으로 초대할 테니 귀 기울이고 이야기 들어주세요.

패션 디자이너 첫째 딸
우선 저라는 사람은 단순 무식해요. 꾸미고 가꾸고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아요. 어릴 적 갖고 싶은 게 무엇이니 옷은 어떤 옷을 입고 싶으니 묻고 따지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 그저 막내라는 이유로 언니들이 입던 옷으로 무장하며 지내요. 엄마가 과자 하나를 사달라고 해도 늘 돈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니 크게 욕심이 없고 무엇을 조르고 이런 옷, 저런 옷, 청바지, 민소매, 재킷 등 계절마다 옷을 사달라고 요구하지 않아요. 기회가 없으니 당연히 보는 눈이 없어서 이번 여름에는 이것이 유행이니 이런 옷을 입어보자 어떤 신발이 갖고 싶으니 이것을 사고 싶다는 욕구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도 회사 다닐 적에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요. 다른 사람 눈에는 불편할지 모르지만 하의는 검은 바지를 우선 착용하고 세탁기로 돌려도 구겨지지 않는 티셔츠로 일주일에 두벌로 살아가요. 한 여름에 냄새나게 그게 무슨 짓이니 욕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어쩐 일인지 몸에 땀구멍이 잘 열리지 않아 한 여름에도 땀이 나지 않아요. 그러니 여러 번 입어도 아무 손색이 없어요. 내가 편하다는데 누가 욕 하건 말건 눈 감고 살아요. 세상 살기 바빠서 그런 건지 귀가 안 들려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냥 귀 닫고 살아요. 그런 저와는 반대로 아이의 패션 감각은 남 달라요.
아이가 어릴 적에는 친척들이 입던 촌스러운 꽃무늬 바지를 입혀요. 알뜰히 사느라고 한 번도 아이의 옷을 돈 주고 사지 않아요. 내복을 인터넷으로 몇번 사준적은 있지요. 시누이가 백화점에서 비싼 돈 주고 구매한 옷을 고스란히 받아서 아이에게 입혀요. 어린이집 갈 적에 색 구분이나 위아래 계절별로 무언가 갖추고 어쩌고 시간이 없어요. 어린 아이가 무엇을 입겠다고 떼 쓰면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혀서 어린이집에 보내요. 주변 어린이집 친구의 엄마들이 가끔 손가락질하며 전화가 와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머리 터져 쓰러지고 금방 병원에 실려 가요. 그냥 내가 편한 대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두어요. 추운면 즈그 몸이 춥지 하는 마음을 가지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참 못된 엄마라고 생각하신다면 제 글을 그만 읽고 빠져나가셔도 한말이 없어요.

커가면서 아이는 감각이 살아나요. 계절별로 어떤 옷이 유행이고 이 옷을 사야 하고 입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고 다시 새로운 옷으로 치장하고 목걸이, 반지, 팔찌, 발찌도 착용해요.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요. 미니 미싱이 들어오고 집에서 가까운 동대문에 가서 천을 구매해서 곱창 머리끈을 만들어요. 저는 또 부채질을 해봐요. 우리 당근에 곱창 머리끈을 만들어서 팔아보자. 당근에서 '당근' 주문이 들어오면 예쁘게 포장해서 싼 가격에 판매해요. 아이는 드륵드륵 미싱을 이용해서 만들고 포장하면 저는 그것을 우체국에 가서 주문한 이들에게 보내지요. 쿵작이 잘 맞으니 서로 도움 주며 열심히 판매하는 온라인의 상인이 돼요. 아빠의 잠옷 바지를 만들기도 하고 제가 원하는 천 생리대를 뚝딱 만들어 주어요. 아이의 미싱 다루는 기술이 급격히 올라가요. 아이는 크게 또 일을 벌이네요. 태국에 있는 끄라비로 여행을 갈 적에 원피스를 직접 만들어요. 무슨 생각을 해서인지 하늘색 체크무늬 천을 사다가 뚝딱 뚝딱 밤새 만들어요. 신께서 어찌 아이에게 저런 능력을 주셨는지 목을 흔들고 묻고 싶은데 대답이 없으시네요. 아이의 옷을 바라보며 참 잘 만들었다며 칭찬해 주어요. 다음에는 내 것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품이 많이 든다며 공으로는 안된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 보라카이로 여행 갈 적에 하얀색 천으로 완벽하게 긴 치마를 만들어요. 유튜브를 보며 만들었다는 그 치마는 끝 부분이 박음질이 잘 되어 있고 편하고 여러 번 입어도 손색이 없다고 혼자 신났어요. 아이의 재능이 미니 미싱 하나로 스리슬쩍 도깨비 마냥 나오니 신기해요. 제가 곤히 잠든 사이에 아이는 드륵드륵 미싱을 이용해서 옷을 만들어요. 마법의 요술램프도 아니고 참 신기하네요. 다음에는 아이가 어떤 옷을 만들지 궁금하네요. 옆에서 양념을 첨가해요.


내 치마를 만들 때는 주머니도 부탁해.


저는 참 되지도 않는 소리로 아이를 흥분하게 하지요.

패션 디자이너 둘째 딸
패션 하면 둘째 딸도 빠지지 않아요. 언니 저리 가라 솜씨를 발휘해요. 언니처럼 미싱을 다루지 않아요. 손바느질로 능력을 한껏 발휘해요.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관절 인형을 좋아해요. 비싼 관절 인형을 사달라고 할 적에 묵살했는데 돈 잘 버는 건너편에 사는 조카가 덥석 아이에게 관절 인형을 사주네요. 신이 난 아이는 그때부터 검색 들어가요. 날마다 핸드폰을 두드리고 인형 옷을 만들어요. 손바느질의 달인이 되며 아이디어가 통통 튀어요. 머리끈, 허리띠, 양말 등 애지중지 관절 인형의 만들기 쉬운 악세사리를 날마다 생산해요. 아이의 기술이 발달하며 치마, 바지, 셔츠 등 다양한 옷이 등장해요. 아이는 세 시간이고 다섯 시간이고 매달리며 관절 인형에게 딱 맞는 옷을 선물해 주어요. 그렇게 혼자 쓸쓸히 지내던 관절 인형에게 아빠를 졸라 관절 인형의 새로운 친구가 생겨요. 그 친구가 생기자마자 아이는 쌍둥이를 가진 엄마처럼 비슷한 옷을 생산해요. 언니처럼 미싱으로 끝마무리를 예쁘게 하지 않지만 디자인과 컬러가 손색이 없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손길에 전혀 뒤지지 않아요. 아름다운 인형의 옷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보아요. 만약 아이들이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 무대에서 멋지게 살아가면 참 좋을 텐데 하며 저 혼자 상상해 보아요. 아직은 무엇이 미래의 직업이 될지 가늠하고 고민해 보며 같이 애쓰며 살아가요. 아이에게 이런 무한한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무엇인지 혼자 골똘미 생각해 봐요. 또한 내가 열심히 살며 또렷한 주관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준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건지 부모로서 헛되이 살지 않아서 참 다행이에요.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부모의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보아요. 아이를 믿고 지지하며 머릿속에 가득한 상상을 품도록 펌프질 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감사해요.

첫째딸 솜씨
둘째딸 솜씨


이전 04화 [100-89]집에서 즐기는 직업 체험 4탄_바리스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