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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Oct 04. 2024

대한이 엄마입니다.


"니는 대한이 엄마로 딱 안성맞춤이다! 일상이 코미디네~ 글 한번 써봐라. 크크"


나를 항상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늘 내 편이 되어주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자, 나의 친언니들이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이다.


대한이와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언니들한테 얘기할 때마다 언니들은 깔깔깔 하고 웃는다. 대한이 성향도 너무 잘 알고 또 나의 성향도 너무나 잘 알기에, 언니들은 우리 둘의 상황이 그림 그려지듯 눈에 선해 더 우스운가 보다.




10년째 대한이 엄마로 살고 있다.

참으로 행복하고 매일매일이 감사하다.

대한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 인생을 감히 대한이를 낳기 전과 낳기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 대한이를 낳고 키우면서 (좋은 쪽으로) 많이 변했고 성장했다.


아이 키우기 힘들지 않냐고 누가 묻는다면,

난 1초 만에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아니요! 전혀요.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감사하죠."


라고 말이다.

나의 말에 아마도 많은 엄마들의 공감은 받을 수 없겠지만, 내 생각엔 변함없다.

난 진심 대한이 엄마여서 행복하다.




사실 나도 육아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 대한이가 3살 때까지 힘들었다.

뭐가 힘들었냐고 물으면, 이 또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난 곧바로 대답할 수 있다.

"아기가 잠을 안 자려고 해서요."라고 말이다.


나는 원래 잠도 많고 또 잘 자고, 게다가 자는 걸 좋아한다.

오죽하면 학창 시절, 아침마다 나를 깨우기 힘들어한 엄마는 신경질 내며 이런 말을 하실 정도였다.


"잠 못 자서 죽은 귀신이 들러붙었나? 무슨 잠을 저렇게나 잘꼬!!"


잠이 없는 엄마는 잠이 많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잠이 많은 사람은 게으르고 부지런하지 않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리고 잠 많은 아빠를 닮아서라는 말도 잊지 않고 꼭 하셨다.

엄마의 저 소리가 들리면 그때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일어나야 했다. 아니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결혼 전, 일을 할 때도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너무 괴롭고 끔찍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그전 날 저녁 7시부터 취침에 들어가던 사람이 바로 나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안 자려고 하는 나의 아기 대한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땐 나도 초보엄마여서 모든 게 다 어설프고 서투르고 내 아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더더욱 힘들었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똥오줌을 쌌거나,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거나, 아파서라고 하는데 막상 내 아기가 울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는지 몰랐고,

분유랑 모유랑 정량을 다 먹었는데도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이유를 몰랐다.

다른 아기들은 깃털처럼 가벼운데, 왜 나의 아기는 100일도 안되었는데 돌덩이처럼 무거운지 그 이유를 몰랐다.


무엇보다 아기가 안 자려고 하는 이유를 몰랐다. 아무리 아기 등엔 센서가 있어서 눕히면 금방 깬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아기 대한이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내려놓으면 그 즉시 깨어버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기가 너무 어릴 땐 아기띠도 할 수 없으니 돌덩이처럼 무거운 아기를 늘 안고 있어야 했다.(정확히 내 기억으로 대한이가 생후 68일째 체중이 7kg이 넘었었다.) 내 몸도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거리는 데 아기를 하루종일 안고 있자니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 주변에서는 유모차에는 잘 있을 거라며 유모차에 태워보라고 했다. 100일도 안된 아기라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눕히면 눕히는 대로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리 아기 대한이는 유모차에 태우기만 하면 고래고래 그렇게 울어댔다. 한번 울음이 시작되면 멈출 줄을 몰랐다. 엄마인 내가 달래 봐도 소용없었다. 스스로 울음을 멈춰야 하는 그런 아기였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아기 대한이는 순한 기질은 아니구나라는 걸 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이는 민감한 기질의 아이였다. 이 또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한이 아빠가 아기 때 엄청 예민했다는 걸 듣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또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 맞춰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전자가 다구나. 유전자의 힘은 엄청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의 기질을 몰랐을 때는 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순한 것 같은데, 잠도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자고 하는데, '왜 내 아이만 이렇게 지독하게 안 자려고 하는 걸까.'하고 내 신세를 한탄했었다.


아이를 안 사랑하는 건 아닌데, 아니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데, 아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아무 죄 없는 아기한테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게 미안해 곤히 잠든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낮잠에서도 해방이 되고, 말귀도 잘 알아듣게 되니 편해졌다. 무엇보다 밤잠을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또 깨지 않고 쭉 잠을 자주니 나로서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아이의 민감한 기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모든 것이 편해졌고 평화로워졌다.

입버릇처럼 늘 하던 "별나다."라는 말대신 "특별하다"로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결혼출산 후 경력단절에 집에서 전업주부 생활만 하면 본인 인생이 없어진 것 같다고 우울해한다. 육아만 하다 세월 다 보낸 것 같다며 허탈해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로 인해 매일매일 성장하고 발전하는 느낌이다. 아이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인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그 어떤 영화보다 음악보다 감동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 만화에 나오는 아주 착하고, 화도 안내는 그런 훌륭한 엄마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 아들 대한이는 만화 페파피그 엄마처럼 화내지 않고 웃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 속 대한이 엄마는 여느 엄마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화를 내지 않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화도 내고 짜증도 낸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이 아닌 나의 순간적인 감정으로 아이에게 화를 냈거나 짜증을 냈다면, 난 무조건 사과한다. 반성도 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매일매일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난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을 보면 참 대단하고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나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이긴 한 것 같다.


나의 아들 대한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기에 감히 '대한이 전문가'라고 나 스스로를 칭해본다. 그래서 내가 잘 알고 잘 이해하는 우리 아들 대한이와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려고 한다. 민감한 기질의 아이와 예민하고는 거리가 먼 무딘 엄마와의 웃픈 일상 에피소드들을 글로써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한다.


대한이와 나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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