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아기띠를 했을 때, 왜 대한이 머리는 아기띠 안으로 쏙 들어가지 않고 머리가 나오는 걸까?
같은 브랜드의 아기띠를 한 다른 아기 엄마들은 다들 하나같이 안정적인 모습인데, 나는 왜 나의 얼굴과 대한이 머리가 거의 맞닿을 것처럼 가까운 걸까?
아기띠 길이도 요래조래 조절해보고 했지만 내가 대한이를 아기띠 한 모습은 뭔가 다른 엄마들과는 달랐다.
초보 엄마인 데다가 주변에 교류하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또래 개월 수의 아기들과 비교할 기회가 없었고, 늘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그런데 영유아건강검진을 통해, 의사 선생님이 한 '농구선수'라는 표현에 나의 궁금증은 다 해결되었다.
대한이는 또래 아기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정도로 컸던 것이다.
나는 160도 안 되는 단신인데, 나의 아기는 '농구선수'라니, 내가 키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아기가 키가 크다는 말이 나는 그렇게도 좋았다.
나랑 대한이가 있는 모습을 보면, 다들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아빠가 키가 큰가 보네요?"
그러면 나는 멋쩍게 웃었다. 대한이는 크고, 엄마인 나는 작으니 당연히 아빠가 크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대한이 나이를 듣고 나면 다들 대한이보고 또 한 마디씩 했다.
"와, 키가 엄청 크네요?"
또래 친구들보다 항상 머리 하나는 더 큰 대한이는 어딜 가나 항상 주목받았다.
대한이가 아기일 때는 또래 아기들보다 큰 게 불편한 점이 많았다.
유모차는 타기 싫어하고, 걷기도 싫어하고, 계속 안아달라고만 하니, 돌덩이처럼 무거운 대한이를 안고 있기란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또 안아주면 가슴에 폭 안겨있으면 좋으련만, 꼭 몸을 비틀어 안기 힘든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 아기 대한이를 안기 위해서는 아기띠가 필수였다. 대한이를 그렇게 안고 있으면 허리도 팔도 안 아픈 데가 없을 정도였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예쁜 고까신 하나 사주려고 신발 매장에 가면 직원들은 나에게 돌즈음 된 아기들이 신는 사이즈의 신발을 아주 당당하게 추천해 줬다.
내가 "아기가 좀 커서요~ "라고 해도 내 말은 그저 흘려들으며 아주 자신만만하게 돌 아기들이 신는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사이즈의 신발을 갖고 왔다.
나를 대신해 대한이에게 신발을 신겨줄 때면 추천해 줄 때의 자신만만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어? 이상하다. 그럴 일이 없는데."라는 반응들이었다.
옷도 마찬가지였다.
옷 매장에 가서 "아기가 좀 커서요~"라고 말을 해도 직원들은 이 정도 사이즈는 무조건 맞는다며 아주 단호하게 말하곤 했다.
역시나 옷을 입히면 맞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고, 나는 그 이후로는 매장 직원들의 말은 듣지 않기로 했다. 그 개월수의 평균적인 아기들과 사이즈부터가 다르다 보니, 나와 남편은 대한이 옷과 신발은 온라인 쇼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조건 매장에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여러 번 입히고 신기고 해야 했다.
또 어찌나 빨리 크는지, 옷이랑 신발을 사면 한 계절 입히면 잘 입히고 잘 신기는 거였다.
키도 키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체격이 좋은 편이긴 했지만 뚱뚱한 체형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대한이를 들어 안으면 다들 하나같이 "우와! 무겁다."라는 말을 꼭 했을 정도였다.
대한이가 어린이집에 다녔을 때, 한 번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큰 체격과는 달리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조심성 많은 대한이의 성격을 선생님도 잘 알고 계셨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놀다가 한 아이가 선생님한테로 다가와서는 대한이가 자기를 때렸다고 했다.
어떻게 때렸냐고 했더니 몸이 부딪치는 액션을 취했다고 했다.
선생님은 자기가 봐도 대한이가 누구를 때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친구가 대한이 몸 반만 할 정도로 작은 아이라 아마 놀다가 대한이 덩치에 튕겨나갔을 거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선생님이 해주셔서 감사했지만, 그런 일을 듣고 나니, 나 혼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난 대한이에게 신신당부했다.
대한이는 친구들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서 친구들하고 놀다가 친구들이 튕겨나갈 수 있고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절대로 몸 쓰는 거는 하지 말라고.
얼마 전, 나랑 자주 어울리는 동네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한이네는 둘 다(대한이랑 대한이 동생) 음식 안 가리고 다 잘 먹죠?"
"너무 먹어서 문제죠."
아이 둘 다 요즘 식욕이 더 늘어 부쩍 옆으로만 크는 것 같아, 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다.
"잘 먹는 게 좋은 거예요~ 잘 먹는 애들은 아프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키도 쑥쑥 크고. 우리 애들은 너무 안 먹어서, 그리고 음식도 가려 먹으니 잘 안크는 것 같아요. 아프기도 잘 아프고."
대한이를 낳고 키우면서 먹는 것, 아픈 것, 이런 부분들은 단 한 번도 고민하거나 걱정해 본 적이 없었는데, 동네 엄마 말을 듣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한이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또래보다 크고 무거운 게 엄마한테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아이가 커서 좋은 점은 딱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지만, 좋은 점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니, 대한이가 키가 크고 무겁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뭐든 다 잘 먹어서이니, 음식 가리지 않고 골고루 다 잘 먹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지금까지 잘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잘 자라주고 있음에 감사했다.
아기 때부터 늘 컸던 터라 대한이는 키가 큰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즉 '키부심'이 있다.
사람들의 "키 크다."라는 말도 듣기 좋아한다.
자기는 늘 또래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클 줄 알았을 텐데,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점점 대한이 키를 따라잡고 있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든지, 내가 "누구누구 대한이보다 컸던데?"라고 하면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사실 엄마인 나도 대한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대한이는 늘, 항상 컸기에 앞으로도 계속 클 거라는 믿음이 알게 모르게 굳건히 자리 잡았나 보다. 대한이보다 더 커진 친구를 보거나 키가 거의 비슷해진 친구를 보면 살짝 위기감이 들면서 어느새 대한이한테 우유 한 컵 가득 따라주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알고 보면 나 역시 아들에 대한 키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이를 낳고 딱 10년을 키웠을 뿐인데, 어느덧 아들은 나만큼 키가 커버렸고, 또 덩치도 나와 비슷해졌으며, 나와 같은 신발사이즈를 신고 있다.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 세월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아기 때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이렇게 훌쩍 커버린 아들의 모습을 보면, 이전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뿐, 지금 현재를,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아들을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