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교감이라면, 섹스 파트너는?
섹스가 교감이라면, 섹스 파트너는?
저는 앞서 섹스를 키스보다 더 깊고 진솔한 교감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섹스 파트너도 진솔한 교감인가요?" 저는 이 대답을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2011>으로 대체하고 싶습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육체적 쾌락을 목적으로 섹스 파트너 관계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며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섹스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섹스는 단순 육체적 쾌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섹스를 통한 깊은 교감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섹스 파트너 관계가 연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섹스 파트너가 연인이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섹스 파트너 관계가 영화처럼 전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썸을 타던 승무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자신의 섹스 파트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클럽에서 만난 MD와 하룻밤을 보내며 시작된 관계는 자연스럽게 섹스 파트너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섹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면, 감정적 유대, 솔직한 의사소통, 상호 존중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장기적인 방향성인 공동의 가치와 목표가 추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썸 탔던 승무원은 과거 파트너와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세우질 못했습니다. 당시 남성은 그럴만한 준비가 되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둘은 가볍게 안부를 묻고 섹스를 하는 쿨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감정적 유대, 완만한 소통, 서로에 대한 존중이 갖춰진 섹스 파트너 관계여도 공동의 가치와 목표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연인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섹스 파트너라는 관계는 공동의 가치와 목표가 세워지지 않았지만, 감정적 유대와 모든 걸 드러내는 솔직한 소통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녹아 있으므로 썸이라는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러 썸과 섹스 파트너 관계의 차이는 섹스의 유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연인 사이에서도 섹스 파트너를 연상케 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너 이러려고 나 만나는 거야?"라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또한 섹스 파트너처럼 육체적으로 가깝게 유지하고 있지만 공동의 가치와 목표가 세워지지 않아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섹스 파트너에서 연인으로 될 수 있는가 하면, 연인에서 섹스 파트너 같은 관계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섹스 파트너와 원나잇은 다르다.
섹스 파트너 관계는 썸과 유사한 감정적 유대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성립됩니다. 이 관계는 솔직한 소통과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를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원나잇은 다릅니다. 감정적 유대나 책임감이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순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만남에 가깝습니다. 원나잇은 마치 밥을 함께할 친구가 없어 급히 밥 친구를 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원나잇 관계에서 흔히 드러나는 현상 중 하나는 '먹버(먹고 버리다.)'입니다. 이는 한쪽이 상대와 잠자리를 가진 뒤 다음 날 연락을 끊어버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물론 원나잇이므로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쿨하게 헤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먹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클럽이나 헌팅포차와 같은 장소에서 남성이 사귈 것처럼 접근한 뒤 여성과의 잠자리를 가진 후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이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원나잇에서의 먹버
'먹버'는 단순 욕구 해소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남성이 성관계를 통하여 상대와 깊은 교감을 시도했으나, 그 과정에서 실망을 느껴 연락을 끊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망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 등에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하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숙한 사람이라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솔직하게 전달하고 정중히 사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나잇 후에 연락을 끊는 것은 마치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 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별로였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나잇은 진솔한 관계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술자리에서 서로에게 매력을 느껴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섹스라는 보다 내밀한 관계에서는 상대의 말과 행동, 태도에 대해 실망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솔한 섹스를 원한다면, 나의 부족한 면들까지 품어줄 준비가 갖춰진, 감정적 유대가 형성된 다음에 임해야 합니다. 이는 감정적으로 가까워진 사람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클럽이나 술집에서 처음 만난 상대가 "너와 사귀고 싶다" 같은 식으로 접근하면서 잠자리를 권유한다면, 바로 모텔로 달려가는 것보다 밤을 지새우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들여다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정적 유대를 쌓을 기회를 제공하여 관계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먹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게 좋습니다.
쾌락에서 신뢰로, 신뢰에서 더 깊은 관계로
섹스 파트너라고 하면, 육체적 쾌락으로 정의하기 쉽습니다. 다만 그 본질은 신뢰에 있습니다. "감정 없이 즐기자."라는 약속으로 시작되었어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호 존중과 솔직한 소통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서로의 알몸과 신체적 콤플렉스까지 모두 드러내는 용기와 콤플렉스를 이해할 수 있는 존중,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신뢰 그리고 감정적인 교감을 포함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충족되었을 때에야 섹스 파트너라는 관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섹스는 신체적 접촉 그 이상입니다. 심리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더 깊은 소통으로 이끄는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섹스 파트너 관계에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육체적, 정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관계는 보다 진솔하고 깊이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공동의 가치와 목표가 설정된다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연인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형성됩니다. 단순 약속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대화만 나누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이어트 계획만 세우는 게 아니라 오늘부터 다이어트하는 것, 운동 계획만 세우는 게 아니라 오늘부터 운동하는 것, 자격증 계획만 세우는 게 아니라 오늘부터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갖춰진다면 상대에게 더 깊은 안정감을 주며, 섹스 파트너에 국한되지 않고 관계는 자연스럽게 더 발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가 지속된다면 여느 연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솔한 소통은 서로 다른 두 존재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여기에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책임감이 더해질 때, 섹스 파트너 관계는 육체적, 정서적 외로움을 달래주는 관계를 넘어 미래를 약속하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너는 섹스 파트너 경험이 있냐?"
"아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