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섹스가 부끄러운 사람에게

섹스는 자기 이해의 시작

by 찡따맨


심리 치료를 들여다보면, 아동기 시절에 남겨진 흔적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서도 그려졌고, 아래의 글에서도 말했습니다.


https://brunch.co.kr/@zzinttaking/12


많은 사람들이 섹스에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 이유는 가정환경, 교육 또는 사회의 문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해 철저히 금기시하거나, 더러운 것처럼 다루는 분위기에서 자란다면, 자연스럽게 자기 몸이나 성적 욕구에 대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 배우자나 연인과 나누는 사적인 순간에서도 발목을 잡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친밀감을 느껴가면서 섹스를 즐겨야 하는 순간마저도 스스로를 검열하거나 파트너를 경계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객해야 합니다. 섹스는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욕구의 발현, 소통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섹스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심리적인 뿌리는 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오해나 편견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섹스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탓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에 형성된 심리적 흔적이 현재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낭만주의적 환상을 내려놓아야 할 때


저의 경험을 말해보자면, 저는 의도치 않게 중학교 2학년 때 야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은 상당히 아파하는 듯한 표정으로 신음 뱉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섹스는 '남자가 여자를 아프게 하는 것'이라는 관념에 완전히 갇혀 버렸습니다. 그래서 섹스는 나쁜 것 또는 상대와 섹스를 하지 않는 플라토닉 사랑이 진짜 아름다운 것이라 착각하며 긴 시간 동안 살아왔습니다. 이처럼 과거에 주입된 가치관이나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섹스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낭만주의적인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은 '완벽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낭만주의적 관점은 갈등도 거의 없고 항상 친밀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상상합니다. 이러한 환상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섹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만족을 얻어야 한다.'라는 압박을 안겨주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랑과 섹스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서로 다른 욕망의 조율로 점진적으로 성숙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섹스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결점과 약점을 지닌 존재입니다. 사랑이나 섹스 또한 배움과 노력이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 비관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관계를 더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성적 욕구도 비합리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변태적인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는 '잘못된 것'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인간이기에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복합적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성숙에 닿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포르노를 통하여 섹스를 배웁니다. 포르노는 이제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간의 성적 욕망이나 판타지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제공해 줍니다. 그런데 이는 왜곡된 기대, 지나친 자극 추구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점은 포르노 속 이미지를 현실에 그대로 구현하려고 하거나, 파트너와의 소통마저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섹스는 기본적으로 상호 소통과 신뢰 그리고 감정적 유대가 핵심입니다. 만약 포르노적인 요소만 추구한다면 섹스의 기본 요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섹스를 가볍게 여기라는 것은 아니다.


저는 섹스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섹스를 무분별하게 여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앞서 섹스는 기본적으로 상호 소통과 신뢰 그리고 감정적 유대가 핵심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책임감을 갖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로 섹스를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이고 왜곡된 죄책감과 수치심을 덜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나와의 대화에서도 나의 욕망과 추구하는 소통 방식인 섹스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고 솔직하게 대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은밀한 시간을 더욱 성숙된 방식으로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섹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한다면, 섹스는 이제 '부끄러운 것',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타인과 진솔한 친밀감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통로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긍정하고 이를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풀어낼 수 있다면, 상대가 보이는 각종 결점과 콤플렉스 또한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섹스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태도는 곧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자세가 갖춰진다면 상대 또한 온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섹스가 제공하는 연대, 자기 이해의 기회는 성숙함이라는 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오메가3, 비타민, 콜라겐 등의 영양제를 섭취하시는걸 깜박하셨다면 지금 빨리 드시길 바랍니다. 저도 지금 꿀꺽 삼키러 가보겠습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