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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Jun 08. 2021

진秦, 제국의 기틀을 닦다

부국강병 일통천하 3

기본적으로 고대 국가는 점과 점으로 구성되었다. 성과 성으로 이어진 모습이라고 할까? 성을 벗어나면 영 딴 세상이기도 했다. 실제로 '국國'이라는 글자에는 사방이 성으로 둘러싸인 영역(域)이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국경國境 바깥이란 다른 곳이 아니라 성문 바깥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이르면 성 바깥이 영토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또한 그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려야 할 방책도 함께  필요하게 되었다. 도시국가에서 영토국가로의 전환.


진의 부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앞서 이 변신을 이루어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상앙의 공적이 있다. 그래서 김용옥은 오늘날 중국의 기틀을 닦은 인물로 상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China란 ‘秦qin’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던가. 


<상군열전>을 통해 중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영토 국가에 필수적인 두 가지, 전쟁 시에는 백성을 병사로 동원하며 평소에는 생산하도록 만드는 체제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예외 없는 공과 제도와 체계적인 행정 구획이었다. 


그 결과 진나라의 국력이 다른 여섯 나라를 압도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에 고안된 것이 합종책合縱策이다. 진의 동진을 막기 위해 여섯 나라가 맹약을 맺고 힘을 합치고자 했다. 이때 활약한 인물이 바로 소진이다. 그의 활약상은 <소진열전>을 통해 만나보자.


한편 소진의 합종책을 깨뜨린 인물로 <사기>는 장의를 이야기한다. 본디 소진과 장의는 귀곡자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소진이 합종책으로 먼저 성공했지만 능력은 장의가 더 빼어났다. 결국 장의의 연횡책連衡策, 진나라가 나머지 여섯 나라와 개별적으로 맹약을 맺는 방식으로 육국 동맹을 깨뜨린다.


첨언하면 장의는 일찍이 말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젊은 시절 그가 도난 사건에 연루되어 죄 없이 매를 맞는 일이 있었다. 온몸에 매를 맞아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와서는 그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내 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보오." 세 치 혀로 국가의 운명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풍자한 말일 테다.


이런 빼어난 언술의 장의도 진나라에 귀의한다. 상앙도, 장의도 본디 진나라 사람은 아니었으나 진나라에서 활약한다. 진나라가 얼마나 포용적인 나라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상앙은 효공의 죽음과 함께 몰락한다. 효공이 세상을 떠나자 그에게 불만이 있던 이들이 상앙을 노렸다. 특히 상앙의 개혁으로 피해를 본 귀족계층이 상앙에게 복수를 노리고 있었다.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코가 베인 태자의 태부 공자건 역시 상앙에 대해 결코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상앙은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다. 그는 진나라를 떠나 도망치고자 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바로 상앙 본인이 만든 법령에 발목이 잡혀 버린 것이다.


다섯 달 뒤에 진나라 효공이 죽자 태자가 그 자리를 이었다. 그러자 공자건과 그를 따르는 자들이 상군이 반란을 일으키며 한다고 밀고하자 [왕은] 관리를 보내 상군을 잡아 오도록 했다. 상군은 변방 부근까지 달아나 여관에 머물려했으나, 여관 주인은 그가 상앙임을 모르고 말했다.

"상군의 법에 의하면 여행증이 없는 손님을 묵게 하면, 그 손님과 연좌가 되어 처벌을 받습니다."

상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법을 만든 폐해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구나."


이후 상앙은 사지가 찢겨, 거열형車裂刑으로 죽는다. 저잣거리에서 그를 찢어 죽이며 진혜왕이 남긴 말은 이렇다. “상앙처럼 모반하는 자가 되지 말라. (莫如商鞅反者)" 진정으로 상앙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을까? 실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무튼 진나라에서 상앙은 반란을 꾸미다 죽은 사람으로 여겨졌다. 


상앙은 시대의 변곡점에 매우 중요한 일을 했지만 결국 그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그 역시 씻겨나가는 보잘것없는 인생이었다. <논어>의 표현을 빌리자. '도도자천하개시滔滔者天下皆是也' 천하가 크게 일렁이며 흘러간다. 이 흐름에서 상앙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상앙은 진나라의 역사 흐름, 그 물줄기의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한편 그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그 흐름이 더욱 세차게 진행되도록 힘썼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찾고자 했다. 귀족과 백성을 따지지 않고 공과를 통해 똑같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공을 세우면 백성도 관직을 얻을 수 있고, 관직을 세우지 못하면 관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을 열었다. 


유가가 상앙을 특별히 싫어했으리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전통의 관점을 옹호하는 편이며. 귀족 계층과 백성 사이의 분명한 차이를 강조하곤 했다. 이 차이를 무너뜨리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전통적인 귀족 가문의 구성원 역시 상앙을 싫어했다. 귀족으로서의 특권을 빼앗아가는 그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었을까. 


상앙은 단호한 개혁가이자 매우 합리적인 인물이었다. 이 걸출한 인물 위에 진은 나머지 육국을 하나씩 집어삼킬 준비를 갖춘다. 부국강병을 이루었으니 이제 일통천하, 통일된 새로운 제국이 등장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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