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역을 맡았던 배우인 제레미 섬터의 장난기 가득하면서 생기 있는 눈빛과 도전적이면서 순수한 연기가 참 멋있었다. 팅커벨의 요정 가루를 뿌려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고 구름 위에 올라가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사실 마냥 해피엔딩이었으면 기억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뇌리에 강하게 박힌 장면이있다. 에필로그에서였나 웬디와 아이들, 특히 웬디가 어른이 돼서 피터팬을 회고하는 모습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할머니가 자신을 희생한 연인의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들려주는 장면과 겹쳐서 떠오른달까. 어릴 적엔 네버랜드에 살지 않고 부모님께 돌아가 어른이 되기를 선택한 웬디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커서는 본인보다 가족을 더 걱정하던 철들어버린 웬디의 선택이 슬프게만 느껴진다.
좋은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그런 것 같다.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 과거의 기억을 영화를 통하여 되짚어 보게 한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과연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게 만든다. 숨 가쁜 현실을 살아낸다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더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만이 순수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가진 순수함이란 그 나이대 보편적인 것이라면, 어른이 돼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느끼고, 투명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세상에 무지한 순진함과는 다르게 세월을 후회 없이 온전하게 살아온 가장 단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의 풍파에도 마음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피터팬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몸은 어른이지만 책임감을 회피하거나 현실로부터 도피하길 원하는 '어른 아이'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조금씩은 이 어른 아이, 피터팬의 모습이 내면에 남아있다고 본다. 성인이 돼서도 우리가 포켓몬빵을 찾고 여러 피규어를 수집하는 등의 취미를 갖는 것은 과거의 향수를 느낌과 동시에 옅어져 가는 동심을 어느 한구석에 저장해놓고 보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도 여리고 철없는 아이 같다. 언제쯤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