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09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먼 옛날 가장 행복했었다고 기억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는가?
다시 돌아간다면,
기억 속의 그 시간만큼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500년 전에도 아이들의 놀이는 다르지 않았나 보다.
온갖 신나는 놀이가 한 화폭에 담겨,
아이들에겐 일상이었던 놀이를,
나에겐 추억이 되어 버린 놀이를,
브뤼겔은 그림으로 박제시켰다.
일상이 추억이 되고,
추억이 그리워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그림 속 아이들은 그들의 꿈만큼이나 다채로운 놀이로 가득 차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고,
모든 것은 신기했고,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가득했던 어린 날이 흘러가버렸다.
이젠 그림으로, 음악으로
구석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어야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단어 그대로 환상이자 꿈인 음악이다.
슈만의 꿈이다.
그가 그려 낸 꿈속의 어린 시절 정경 이리라.
그래서 더 아련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13개 피아노 소품 어린이 정경 중 7번째 곡
한 페이지도 채 안 되는 악보에
단순한 악상,
모두가 아는 선율,
불과 150초 동안의 연주
짧고 단순하기에 연주는 더욱 숨을 곳이 없고,
익숙하기에 남다른 감동을 주기도 어렵다.
연주자들에게는 한 없이 어려울 것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
그리워도, 아련하게 간직함을 택하련다.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