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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래?

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09

by 서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먼 옛날 가장 행복했었다고 기억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는가?


다시 돌아간다면,

기억 속의 그 시간만큼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Children’s Games | Pieter Bruegel the Elder | 1560

500년 전에도 아이들의 놀이는 다르지 않았나 보다.

온갖 신나는 놀이가 한 화폭에 담겨,

아이들에겐 일상이었던 놀이를,

나에겐 추억이 되어 버린 놀이를,

브뤼겔은 그림으로 박제시켰다.


일상이 추억이 되고,

추억이 그리워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그림 속 아이들은 그들의 꿈만큼이나 다채로운 놀이로 가득 차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고,

모든 것은 신기했고,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가득했던 어린 날이 흘러가버렸다.


이젠 그림으로, 음악으로

구석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어야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단어 그대로 환상이자 꿈인 음악이다.

슈만의 꿈이다.

그가 그려 낸 꿈속의 어린 시절 정경 이리라.

그래서 더 아련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13개 피아노 소품 어린이 정경 중 7번째 곡

한 페이지도 채 안 되는 악보에

단순한 악상,

모두가 아는 선율,

불과 150초 동안의 연주


짧고 단순하기에 연주는 더욱 숨을 곳이 없고,

익숙하기에 남다른 감동을 주기도 어렵다.

연주자들에게는 한 없이 어려울 것이다.


https://youtu.be/rImVFozA0NI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

그리워도, 아련하게 간직함을 택하련다.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01 달빛 교교한 밤을 보내는 방법

#02 분노에 삼켜지는 시간

#03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04 당신의 삶은 우아해야 한다.

#05 출근길, 사자기운 충전법

#06 사무치는 추위에 치여버린 날

#07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에요

#08 날듯이 사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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