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븥즈믈르그 해따..
도시를 떠나고 난 일이었다. 한국도 그렇듯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시골이 나오는 것은 호주도 같았다. 대자연이 반기는 호주시골은 평온 그 자체였다. 도시보단 인프라가 좋진 않지만 시골은 그 나름대로 멋과 재미가 있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시끄러울 게 없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언제 다시 그런 한적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서 여유를 느껴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호주 시골로 가니 안 그래도 널찍한 호주 자연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거기에다 사람도 많지 않아 사람끼리 부대끼는 일도 적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하곤 그곳에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도시에선 보기 힘든 호주문화를 많이 접했던 것 같다.
호주 시골에서 제일 놀란 것은 맨발로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마트에서도 거리에서도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한국인으로서 지압돌에서나 아주 가끔 혹은 뒷산에서나 아주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을 호주에서는 매일같이 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맨발로 다니는 게 좋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날카로운 유리조각이라도 있으면 어떡하지? 더러운 거라도 묻으면? 하는 마음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몇 명만 그렇다기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맨발로 거리를 다녔다. 그런 걸 보니 호주 거리는 딱히 더러운 것도 위험한 것도 없게 느껴졌다. 아! 위험한 게 있다면 독사라던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야생동물이려나?
그렇다 보니 호주인들은 거리에 침 뱉는걸 무척이나 예민해했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조차도 거리에 침 뱉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보는 것도 싫지만, 가끔 가래가 꼈을 때도 호주에선 밖이라고 아무렇게나 뱉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아무렇게나 뱉은 적도 없지만 맨발로 다니는 걸 즐기는 호주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삼키던지 아니라면 아주 구석진 어딘가에 뱉던지..
호주의 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쌓기 시작하면서 나도 맨발로 다녀보기 시작했다. 매번은 아니지만 해변을 걷는 다던지 해변에서 나와 산책을 조금 할 때라던지, 가끔 일 끝나고 마트에서도 맨발로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누구 하나 거! 신발을 좀 신지?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 발은 본인이 지켜야 한다. 가끔 거리는 태양이 달궈놓아 아주 뜨거웠다. 맨발 초보자는 함부로 맨발로 걷다가 화들짝 놀라버렸다. (호주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은 마트에서 맨발로 다니다 한여름인데도 냉장시설로 발이 꽁꽁 얼어버릴 뻔한 적도 있었다.
호주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다. 호주처럼 한국 거리를 맨발로 다녔다간 누가 한소리를 할지 모른다. 물론 지정해 둔 산길을 맨발로 걷는 것은 누가 뭐라 하겠냐만, 마트에서 맨발로 다녔다간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게 바로 문화에서 오는 익숙함과 거리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