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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꽃 Dec 01. 2024

얼렁뚱땅 그림일기(1): 내가 초능력자가 되었다고?

임신 중 입덧이 찾아오다.

초등력이 생긴다면?

*초등학교 1학년 통합 교과서(상상)에는 초능력이 생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차시가 있다.

상상력이 조금 부족한 나는 늘 상상을 해야 하는 이 수업을 진행할 때 새어 나오는 당황의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쭈뼛거리며 수업을 진행하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멋진 상상을 펼치곤 한다.


1)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

2) 축구를 잘하게 되는 능력

3) 괴물을 물리치는 능력


나의 생각과는 다른 순수하고 기특한 능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혹시 투명인간이 되서  은행을 턴다거나..와 같은 상상이 스쳐지나간 것은 비밀..)이런 능력들을 가진 사람들만 있다면 참으로 평화로운 세계가 되겠지..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초능력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1) 후각이 예민해짐.

2층 교실에서 저 멀리 있는 급식실의 음식 냄새를 맡고 메뉴를 추측할 수 있다.

오늘 우리 반 아이가 아침에 먹은 메뉴를 알 수 있다.

실용성 ★★★★★: 밥시간을 기다리는 1학년 아이들에게 신속히 오늘의 메뉴를 전달할 수 있다. 아이가 아침에 먹은 메뉴를 맞혀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양치를 안 하고 온 친구를 발견하여 충치를 조기 예방한다.)


2) 청각이 예민해짐.

냉장고 문을 여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낼 수 있다.

원래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잤는데, 지금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방성 ★★★★★: 남편이 나 몰래 무얼 먹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채서 서로의 체중변화를 관리할 수 있다. 작은 소리에도 대비하여 혹시 모를 위급 상황을 언제든 예방할 수 있다.


3) 인기척에 예민해짐.

남편의 입김이나 얼굴이 다가오면 즉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아이들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소중함★★★★★: 남편과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 번의 포옹이 너무 소중하다. 아이들의 행동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그렇다... 바로 무시무시한 입덧이 시작된 것!

늘 배를 탄 것 같은 기분, 먹으면 체한 것 같고, 뭘 먹으면 토를 하고... 식욕이 저하되는 입덧 열차에 탑승하게 된 것이다.


입덧을 하며 이게 사람 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입덧은 평균 5주부터 시작해 16주 정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최소 2~3개월 정도 이렇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런 나는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스스로 초능력이 생겼다며 최면(?) 아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달가운 증상들은 아니지만 최대한 장점으로!! 웃기게 생각하며 산모로서 레벨업 중이라 마음을 다독여본다.


... 레벨업 한 것 맞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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