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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Aug 27. 2024

마음과 동시에 몸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

내 아이는 나와 다른 삶을 살길

먼저 지난주 연재일에 맞춰 글을 발행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제가 급 코로나에 걸리면서 브런치를 비롯한 모든 일들을 올스탑 하게 됐었는데요. 마음은 써야 하는데 지금 쓸 내용이 막 떠오르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아 속상해하면서 오늘을 더욱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인데도 관심 가져주시고 이제까지 읽어봐 주신 분들께 뒤늦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이야기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제 일상을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그저 평범한 하루의 연속인 듯싶습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 말입니다. 특히 4시면 하원해야 하는 5살 딸아이 덕분에? 아직까지 풀타임 직업을 잡진 않았고 프리랜서식으로 일을 하는 중인데요. 그러다 보니 남는 시간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보내고 싶어 올 초부터 시작했던 공부(장애영유아 보육교사 관련) 이번달 역시 틈틈이 강의 듣는 중였습니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희 가족은 친정 식구들과 한 번, 시댁 식구들과 한 번 이렇게 총 2번의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뜨거웠던 여름 날씨만큼 계곡이며 바닷가는 꼭 들렸던 코스 중 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쳇바퀴 돌아가듯 지나온 일상과 더불어 휴가까지는 무리였을까요?(부모님 또는 시부모님 모시고 가는 여행은 제 성격상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경 쓸 게 많으니까요) 분명 즐겁기도 했지만 점점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왔습니다. 작년 응급실 몇 번 갔던 경험이 있어 올 해는 건강관리 잘 하자 라며 비타민도 챙겨 먹고 정신과 상담 역시 받았던 건데 지난주 딱 코로나에 걸리면서 드디어 한계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24년도 하반기를 가는 이 시점에 지금 딱 이맘때 쉼이 좀 필요하겠구나 생각되는 순간였습니다. 그래서 9월은 다시 재정비 시간으로 잡아보려 합니다. 어느새 복잡해져 버린 삶을 다시 간소화시키고 생활패턴 역시 최대한 단순하게 집에 있는 물건들 역시 버릴 것 버리고 나눌 것 나누는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계획은 그렇다 치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주말 더하기 하루 걸려 밀리고 밀렸던 일들을 다 마치고 나니 이번엔 엉망이 돼버린 집안꼴이 보였습니다.(요리도 못해 배달음식 그릇만) 그래서 최대한 하루치의 청소를 열심히 하고는 평소와 달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사실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 바로 '실컷 자기'였기 때문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들을 위해 주방에서 하루종일 요리를 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미역국부터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식재료로 반찬도 여러 가지 만들고 나니 유치원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 등원시키고 잠깐 쉬고서 하루 종일 주방에서 떠나질 않았던 저였지만 그래서 요리 말고 한 건 아무것도 없는 시간음에도 이 한 가지를 최선으로 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저녁에 가족들 다 같이 함께 먹으며 이야기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른 기분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예상했던 대로 남편도 아이도 맛있게 먹어줬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뭘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이 고요한 시간, 제게 남은 이 자유시간은 브런치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잠깐의 쉼 그리고 요리 마지막은 브런치라니 더 할 건 없나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사실 할 건 많긴 하지만) 일단 주방은 떠났습니다. 오로지 오늘 밤 나의 목표는 브런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다른 것 다 제쳐두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이 시간, 쓰고 싶었던 이야기 언젠가 떠올렸음 하는 추억 담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생각에 설렜습니다. 몰두하니 글이 더 잘 써지는 밤이었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내일 해야 할 일 몇 가지 중 우선순위를 세워두고 잠자리에 들 생각입니다.




불안이 많은 저로선 이렇게 늘 체력에도 신경 쓰고자 합니다.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건 몸이 먼저 약해져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마음이 약해지면 몸 역시 쉽게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지치기 전 몸이 지치지 않도록 언제 어떻게 불안이 다가올지 모를 인생인데 마음이 흔들린다 해도 몸이 좀 건강하다면 불안 역시 잔잔한 파도로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제 몸을 더욱 사랑하려 노력 중입니다. 하루에 많은 것들을 하려 욕심내지 않고 50퍼센트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입니다. 자신에게 아내이자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고 살아낼 수 있을 만큼만 몸과 마음을 쓰도록 말이죠.


특히 이번 코로나처럼 지금 내게 당장은 쉼이 필요하단 신호를 받았을 땐 더더욱 단순하게 살아야 할 마치 재정비를 해야 할 듯한 소리로 인식하고는 그 방향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래불안의 크기 역시 작게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이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오은영박사님이 그런 이야길 하셨습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감정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느낄 있고 각자 불안해하는 크기 역시 다를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린 불안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 불안 없이 수도 없다는 그러니 그저 '덜' 불안해하며 살자고 말입니다.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불안을 평생 없애려 약을 먹는 아닙니다. 불안이란 것과 사이좋게 친구사이로 남고 싶어 이러한 과정을 선택해 가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삶이 그렇게 흘러가 가족에게도 동일하게 느낄 있도록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특히 아이에겐 더더욱 말이죠.


아이는 엄마의 불안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여러 육아서에서 '엄마의 태도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얘기하죠? 전 동시에 불안 역시 그대로 물려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불안의 크기에 따라 아이 인생 역시 달라질 수 있겠죠. 성인이 된 제게 불안은 늘 불편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인 저부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상 아이의 불안 역시 불편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봅니다. 불안은 당연한 감정이지만 이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랐습니다. 전 그러지 못한 삶을 살았고 이제야 불안이 불편한 게 아닌 자연스러운 나라는 감정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였을 때 그것마저 안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안을 다스리려 하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가능한 일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라도 다르게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자신감마저 생겼습니다. 내 아이는 저 보단 늦지 않게 알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네가 바라보는 엄마의 삶이 그리고 엄마의 언행들이 네 인생에선 빛이 되고 평안이 되며 불안을 잠잠히 만들어 줄 믿음 같은 것이었으면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자신의 불안을 다스립니다.


특히 저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친정 엄마를 사랑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자란 환경이 불행이라고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엄마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제가 받고자 하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은 제 원함과는 달랐기 때문였습니다. 엄마가 원하는 사랑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 하죠. 그래서 부모는 사랑을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들을 때가 있고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제게도 "엄마 미워, 엄마는 내 맘도 몰라주고, 엄마 싫어"라는 말을 종종 내뱉는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러한 마음을 성인이 될 때까지 갖고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속상했습니다. 모녀간의 친구 같은 편안함과 기댈 수 있는 신뢰가 있었음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를 이해해보려 하고 용서해보려고도 하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야지,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면 되겠지' 라며 마음먹었는데도 엄마에 대한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 이상 온전히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조금씩 그 마음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병원을 다니기까지의 과정과 약물치료를 결정하면서 아빠와 엄마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갖기 어려웠던 용서의 마음마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 아빠  두 분의 삶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조금씩 다스리려하니 생겨난 축복과도 같은 것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바뀔수록 이 같은 마음마저 아이 역시 보고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 역시 이전과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저는 느낍니다. '아, 내 아이는 나와 다르게 살아가고 있구나'라고요. 


잘 기억나진 않지만 무엇 때문인지 급 흥분하며 아이에게 무서운 말투로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흥분과 거친 말투의 원인 저편에는 작은 불안의 불씨가 타올랐기 때문였을 것입니다. 이내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아이와 좋게 마무리를 지었는데 아이가 제게 말합니다. "난 그래도 엄마 사랑해"라고요. 


아이 편에선 엄마만큼은 내 마음 먼저 알아주길 바랐던 것 뿐였을텐데, 맞고 틀리다의 이야기보다 그저 나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랐던 것 뿐였을텐데 그래서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소리 좀 쳤을 뿐였을텐데 전 그 모든 걸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이상적인 반응이 아닌 결국 후회할 반응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무리라도 좋게 끝내자 해서 뒤늦게 바뀐 나의 태도는 급한 불 끄는 것 외엔 의미가 없겠다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바뀐 엄마의 태도라도 아이는 그 순간 엄마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매일 용서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게 오늘도 아이에게서 용서를 받고 저는 엄마가 되어가는 중인 듯 싶습니다.


그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제가 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몸을 돌보려 노력하는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이만한 큰 보상은 없겠구나 아니 앞으로 더 이렇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지키려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가족을 사랑한다면 자신을 더 사랑하려는 노력으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나를 지키고 싶고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오늘도 자신의 태도를 먼저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마음 상태, 상태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번쯤은 의문을 가져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라며 방관하기보다는 되돌아볼 줄도 아는 선택이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꿔줄 수도 있는 가치가 될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메인 사진 출처 [ 김철윤 '나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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