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흩어지는 봄 향기가
방 안으로 비집고 들어올 낌새가 보이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오기 때문이라,
피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음이라,
그렇게 맞닥뜨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만 같아서
찬란한 햇빛이 왜 너는 아직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냐고만 물어볼 것 같아서
공기가 초록빛으로 물들어가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해가는 거라,
온 세상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고 나의 동공에도 그 세상이 비치는 거라,
어쩌면,
어쩌면.
못 놓아주고 있어서 미련함이 그득하기 때문이었으리라
미련함은 봄이란 변명 앞에서 한낱 작디작은 꽃가루마냥 보잘것없었기에
봄 향기는 미련함을 꼬옥 쥔 채로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있을 것이다.
놓아주지 못한 것을 놓아주고 쥘 것을 쥐어야 함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시절 속에
두 발 지탱해 서 있으면서도 바보처럼 피하려고만 했던 날을
어쩌면,
어쩌면.
봄 향기는 날 깨우쳐주려고 와 있는가 보다.
그래서 창문 밖에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