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그리워질 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뿜은 담배연기가 몸을 휘감을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그가 싫어하던 연기만 내게 남아 뿌옇게 자취를 남긴다.
그리움이 그리워 그대를 그렸다.
그대가 그리워 그리움을 불러댔다.
그리움은 뿌연 담배연기와 함께 이제 떠나간다.
연기는 무엇이 그리워 떠나가는가
대답이 없는 연기는 애시당초 이곳을 원치 않았듯이
가만히 나를 휘감고는 또 다른 그리움을 찾아 떠나간다.
손끝으로 연기를 잡아보려 해도 손가락 틈새로 힘없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잡히지 않을 그리움과 같다.
그리움은 사실 그대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어둔 골목길에 우두커니 서서 떠나가는 그리움을 바라보다
금세 꺼져가는 담배와 함께 그리움도 꺼져간다.
그래, 그대도 함께 꺼져가는 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