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래의 트랙으로 복귀하기
2025 새해의 설날도 지나고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 작년과 크게 달라질 것이란 나의 포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1월부터 1월 중순까지 일에만 치여 살던 나는 드디어 휴가를 쓰고 본래의 계획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산도 가지 않고 그저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잠을 청하는 데 사용했다. 좋아하는 글쓰기도 지난 며칠간 손에 잡히지 않았고, 한 글자도 쓰려고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쓰는 휴가를 그저 취침하는데 쓰는 것이 아까웠다. 또한, 특별한 걸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내가 안타깝기도 했다. 열심히 달린 내가 지치기도 했고, 인생의 전환점을 될 수 있는 인연을 고심 끝에 떠나보냈다는 괴로움에 잠시 인생에서 잠시 멈추게 된 것 같았다. 아니, 침체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새해 다짐 후 무너짐의 속도
새해 수많은 사람들은 멋진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적어도 새해 초에는 그 목표를 향해 정말 열심히 생활한다. 헬스장을 가기도 하고,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바삐 살기도 한다. 지인들과의 신년회에서 멋진 포부를 드러내며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더욱이 감정적으로 조금 힘든 시간일수록 다 빨리 작년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여기서 어떠한 티핑 포인트가 없다면, 나는 다시금 똑같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남산을 170번 이상 오르면서 수많은 감정 속에서 대부분 긍정적인 신호가 많았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남들이 오르지 않은 길을 가고, 용감히 도전하는 내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지쳐있던 나는 처음으로 주 2회 이상 오르던 남산을 저번주는 겨우 1번 억지로 올랐다.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는 얻은 외향적 성향에 늘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나의 모습이 의심될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그냥 쉬고 싶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2.5일의 휴가 중 1.5일이 그렇게 침체되어 흘렀다. 이렇게 휴가에서 복귀하고 쳇바퀴에 다시 나 자신을 올릴 생각을 하니 올해 처음으로 행복하지 않았다.
Get back on track
늘 내가 외치는 것처럼 어떠한 큰 일을 멋지게 시작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싫든 좋든 노트북을 챙기고 편한 옷을 챙겨 입고 마지막 휴가일 새벽에 무작정 남산으로 향했다. 마지막 휴일도 침체된 늪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한동안 힘들어할 내 모습이 뻔했기에 미세먼지 경고 메시지가 울려도 마스크를 쓰고 그저 올라보는 시도를 했다. 오랜만에 오르는 남산의 길을 익숙할지 몰라도 마스크와 날씨 영향으로 숨이 쉽게 쉬지 않아 더욱 불편하고 짜증도 가득했다. 남산을 오르던 초창기를 빼면 중간에 쉰 적은 거의 없었는데, 다 젖은 마스크를 교체하며 잠시 숨을 돌리며 오르기를 수 십분. 마음에 하나 들지 않는 남산 오르막이었지만, 공기가 좋지 않아 아무도 없는 남산은 마치 나를 시험에 들게 한 건 아닌지 막연한 상상에 빠지기 충분했다.
생각한 대로 남산의 모습은 정상에 올라도 미세먼지 영향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남산 정상과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한 건, 날씨도 나의 상황도 정말 좋지 않았지만, 늘 사진을 찍는 곳에서 인증으로 하고 내려온 후 자주 가는 카페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우연히 본 다카르 랠리 영상을 통해 가라앉던 나는 멈출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7,900km를 횡단하는 죽음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 영상 속 뒤집어져 있거나 모래 속에 갇힌 레이서들이 마치 나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랠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삽을 들고, 차량을 정비하며 정말 안 될 때에는 다른 레이서의 도움을 받아 장애물을 넘어서고 다시 완주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기 싫더라도 참고 오늘 남산을 오른 나의 행동은 어쩌면 다시 경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레이서의 행동과 비슷했다. 감정과 지침의 모래 속에 갇힌 내가 발버둥 치며 본래 내가 늘 하던 대로 꾸준한 루틴을 찾음으로써 감정도 마음도 잠잠해진다. 수없이 오르는 남산은 이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이기도 하고, 헤어 나오기 힘든 구멍에 빠지더라도 본래의 트랙으로 나올 수 있는 희망이 되었다. 새해가 어두운 것이 아닌, 내가 그저 눈을 감고 넘어져 있었을 뿐이다. 다시 내가 달리고 싶은 길로 나와서 눈을 뜨고 달리기 시작한다면, 밝은 빛이 아니더라도 전보단 훨씬 밝아지리라 믿는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떨어지더라도 남산을 통해 멈추고 다시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