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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위해 남산을 오른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나의 삶

by 레마일 Feb 12. 2025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또는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가진 적이 거의 없이 나의 청춘은 이타적인 삶의 연속이었다. 집안 가세의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위해, 그리고 친구를 위해 항상 나보단 남을 위해 살았다. 그렇게 바삐 이타적으로 지낸 나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면 뭘 해야 할지 가장 고민이다. 남을 먼저 챙김으로써 나를 돌보지 못한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간단한 것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무작정 남산을 오르기 시작한 첫날이 내가 마음속으로 하고 싶었던  일에 첫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대의를 위한 행동과 희생

어렸을 적부터 참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대의'였다. 대의를 위한 행동의 중요성과 함께 때론 희생이 동반되며 기꺼이 나서야 한다고 배웠다. 늘 최선봉에서 도리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지내왔다. 성취하고 얻은 점도 물론 있지만,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와 희생이 너무 큰 경우도 많았다. 청년의 나이임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사회에서 말하는 도리를 다하기 위해 청춘의 많은 부분을 반납했다. 남들처럼 캠퍼스를 거닐며 대학생활을 하거나 한 때 유행하던 배낭여행도 가지 못했다. 나는 사회 일찍이 나와 생산 라인에서 고군분투하며 여행보단 출장과 외근을 다녀왔다. 나 또한 학업은 유지해야 했기에 퇴근 후나 주말에는 공부를 하며 내 꿈을 향해 나아갔다. 사회에서도 대의를 위한 행동은 이어졌다. 파견직, 계약직처럼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우선적으로 도맡아 했다. 사회에서 말하는 그 '대의'를 위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다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윗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었다.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성공의 기회에 가까워지기도 한 계기도 있었지만, 손해를 보고 내가 해를 입거나 심한 경우, 도태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과하면 탈이 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하는 일에 균형을 맞추는 것을 난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균형을 잡지 못해 남들보다 몇 십 년 일찍 번아웃이 온 건 아닐까? 그렇게 나를 위한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행동

우리나라는 특히 보이는 것에 중요성이 다른 나라보다는 조금 더 큰 듯하다. 보이는 부분이 나이가 들수록 판단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되는 듯하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디에 살고,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결정할 때, 남들의 시선과 이목이 늘 고려사항이었다. 더 나아가, 남들이 가는 일반적인 길이 아닌, 나만의 길로 삶을 걸어온 나로선,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이 곧 내가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어느 순간 강박이 되었다. 그렇게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청춘을 더욱 즐기지 못한 채 그저 일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남산을 오를 때만큼은 오직 나만 생각한다.남산을 오를 때만큼은 오직 나만 생각한다.

건강을 포함하여 인생에서 넘어지고 가진 것을 다 잃어보고 밑바닥에 닿아보니 ''대의'와 '보여짐'을 위해 난 내가 주체가 아닌 나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리 행복하지도 않았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기까지 난 10년 이상이 걸렸다. 나와 남, 그리고 대의 사이에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각자 위치에 추를 조금씩 올려보며 균형 있는 인생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나를 위한 삶을 많이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중심에는 남산을 오르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나를 위한 행동

나 또한 소중한 사람이고, 소모만 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충전을 하며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오늘도 시도한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아직도 가장 먼저 나서는 해결사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경조사 알리미를 자청하면서도 예전과는 다르게 무리하며 나 자신을 깎아 먹지 않는다. 또한,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니 내 삶에도 자유로움이 생기고 숨이 쉬어지기 시작했다. 남들과 가는 길이 다르다는 걸 인정한 후 나만의 길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챙기다 보니 전과는 다르게 더욱 힘차게 하루를 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남의 시선과 '대의'를 조금 내려놓으니 오히려 모든 행동을 더욱 진정성 있게 대하고, 참된 도리의 뜻을 이해하며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위해 오르기 시작한 남산 속에서 나는 자유를 찾음과 동시에 치유와 회유의 기회를 항상 얻는다. 내가 지나온 길과 기로의 선택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곱씹어 보기도 하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비를 계획하기도 한다.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없던 지난날에 벌어진 즉흥적인 결정이 이젠 충분한 고민 끝에 나온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 남산을 위해 내디뎠던 2023년 나의 도전은 아마 나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마이면서 나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지난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보다는 더 온전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남산을 오른다. 그게 내가 주체인 인생에서 더 희생되지 않으며 자신감 있 힘 있게 나아가는 나만의 탈출창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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