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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전하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두려움의 대상에서 설렘에 대상이 되는 도전

by 레마일 Feb 19. 2025

남산을 오르며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전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마음이 전보다는 평온하며 긍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한다. 조금씩 변화하기에 크게 체감하지는 못 하지만, 지난날 내가 느낀 감정과 남산 오름을 인정하기 위한 인증 사진을 보다 보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과거와 달라진 점 중에는 도전에 대해 조금 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

익숙한 것에 그 누구보다 친숙한 나는 변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익숙해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알고 있는 맛집이 있다면 굳이 새로운 맛집을 찾지 않고 늘 가던 곳으로 간다. 옷 입는 스타일이나 일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익숙해진 후부터는 새로운 시도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좋게 보면 변화가 없이 늘 한결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늘 뒤처지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은 설렘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된 것처럼 기피하게 된다. 어릴 적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마 나이를 먹을수록 더 확고해진다. 성향과 더불어 나이가 들며 무엇을 하고픈지 보다는 현재에 안주하며 도전의식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다. 변화하지 않고 그저 도전을 상상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은 큰 사건을 통해 변한다고 했던가. 변함없던 나도 크게 변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기간 연애 끝에 이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연인을 떠나보내며 마음을 정리하며 우연히 본 편지에서 나는 늘 도전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어느 도전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대방에게 미안하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별하기 2~3년 동안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변명과 핑계로 어느 한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나는 늘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비치고 싶었을 뿐인가. 난 그저 현실에 변화하지 않으며 꿈만 가득한 어린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이상 도전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 변화할 수 있는 도전에 용기내기로 했다.  


작은 도전의 시작, 그리고 버킷 리스트

헤어지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어 건강하게 살기를 응원한다는 말이 잊히지 않았다.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고, 건강을 과신했던 나는 성한 곳 하나 없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처음 내가 한 도전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고, 그게 남산 오르기의 시초가 되었다. 작은 도전이기에 이 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었다. 눈이 오던 비가 오던 그저 올랐던 남산도 이제 18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것처럼 7년 간 말로만 운동하겠다는 나의 도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변할 수 있었고, 그 대가는 평생 아플 이별이었다.  그래도 외양간을 고쳐야만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에 도전은 계속해보기로 했다.


작은 도전 속에서 목표를 이룬 그 성취감은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전이 쌓이면서 이젠 도전이 전보다는 두렵지 않았다. 그동안 말로만 했던 도전을 공책에 한 번 나열해 보는 동시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내가 진정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도 적어보았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원대한 도전부터 내 차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을 하거나 다카르 랠리에 나가보고 싶다는 무모한 도전까지 새해가 밝은 2025년부턴 이제 상상 속에 있던 도전을 현실로 불러내보려 한다.

미루고 있던 다양한 도전 중 차타고 제주도 가기에 도전했다.

루던 자립청년을 후원하는 일을 그동안의 못한 부분까지 모아서 진행했다. 밀리고 있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을 알리기까지 5년이 걸렸다. (물론, 영어 '공부'이기에 아직 너무나 더딜 뿐이다.) 나만의 여행을 떠나겠다는 나는 무작정 휴가를 내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제주도 여행을 차로 시작했다. 50분이면 서울에서 제주도를 도착할 수 있음에도 서울에서 진도, 진도에서 추자도, 추자도에서 제주도까지 꼬박 20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대설 주의보 같은 악천후에 더욱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도전일 수 있지만, 그간 내가 하고 싶다던 도전을 현실로 소환하니 막혀있던 변화가 뻥 뚫리듯 소화되기 시작한다.

도전하는 순간 두려움은 반으로 준다.

도전하기 직전까지 너무나 두려웠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게 맞는 길인가? 그냥 다음에 더 보완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도전하기 가장 좋은 날은 하기로 생각한 그 순간이다. 일단 도전하고 나면 그 두려움이 반으로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제 어떠한 도전도 설레기 시작한다. 도전이란 단어의 무게를 크게 가져갈 이유는 이제 없는 듯하다. 빨리 하면 할수록 도전의 무게는 무겁지 않으며 생각한 지금이 가장 가벼운 순간일 수 있다. 더 무거워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도전을 미루는 습관이 이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왔다.


나는 도전하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하며 도전하는 시도는 삶을 설레게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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