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거리 소설가 Nov 23. 2023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2)

(2) 그녀의 남편


 “정신없으실 텐데,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경찰서 로비에서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 흡연장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네, 아닙니다 형사님.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으시겠죠?”

 “네, 우선, 피해자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조사 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미쳐 이름도 못 들었네요.”

 “김미진 입니다”

 “아.. 김미진.. 실례지만 그럼, 남편 분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네, 저는 오봉팔입니다”

 “아.. 미진씨, 봉팔씨.. 네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사무실에서 간단히 몇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나와 봉팔은 내 사무실로 이동했다. 봉팔이 태수가 권한 자리에 앉자마자, 그 곳의 공기는 아까의 흡연자의 공기보다 더 무거웠다.      


 “봉팔씨,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고인 조사고, 미진씨가 현재 묵비권을 행사 중이니까, 이 사건에 참고할 수 있도록 몇가지 여쭤 볼께요”

 “네, 알겠습니다. 형사님”

 “일단, 미진씨는 왜 그 남자를 죽였을까요? 혹시 알고 있는 사항 있으세요?”

 “미진이는 계속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어요. 그 놈이 악질인 게 전화나 문자 등 증거가 남을 만한 것은 하지 않은 채, 그 저 미진이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멀찍이 쳐다보기, 문 앞에 우연인 것처럼 서있기 등. 누가봐도 소름돋는 행동을 했었어요. 미진이한테는 최근 1년 동안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을 거에요”

 “그럼, 미진씨가 스토킹 범을 경찰에 신고한 적은 없나요?”

 “저는 00대학교 범죄심리학을 전공했고, 지금 석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미진이가 저 한테 요청했어요. 그 놈을 신고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스토킹의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 놈을 신고해 봤자, 금방 풀려 날 것이고, 그 후에는 너에게 더 끔찍한 복수를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죠. 형사님도 무슨 말씀이신지 아시죠? 그 이야기를 들은 미진이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그럼, 오늘 미진씨가 살해한 그 놈이 미진씨의 스토킹범이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미진이를 스토킹한 범인이에요”

 “봉팔씨도 그 스토킹범을 본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는 미진이 한 테 말만 들었습니다. 다만, 몇 달 전에, 차로 미진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저도 집에 가기위해 그 아파트를 빠져나오는데, 검은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미진이가 엘리베이터 타는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오늘 죽어있던 그 남자입니다”

 “아, 그럼 당시에는 왜 그 남자에게 제지를 하지 않으셨나요?”

 “형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그 정도로 제지했다가 수갑을 차는 건 저였을 겁니다”

 “물론 알죠. 다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도의적으로라도 따지거나 하지 않으셔서.... 죄송합니다. 제가 사건과 별로 관계없는 질문을 드린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미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직은 못 만납니다. 혹시 전달 할 말이 있다면, 제가 전달 하겠습니다”

 “네, 그럼, 미진이에게 ‘언제나 내가 옆에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성실히 조사를 임하라고’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미진씨가 그 말을 듣고, 조사에 성실히 임해주시면 좋겠네요. 사실 몇 가지 더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봉팔을 밖으로 배웅 하고는 곧장 사건현장으로 갔다. 

이전 01화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