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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Nov 30. 2023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3)

(3) 사건의 재구성


 나는 미진을 취조하기 전, 사건현장의 감식을 맡긴 동료 형사 영수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상황에 대해 물었다“     

 “여보세요? 영수냐? 뭐 좀 나온 것 있어?”

 -깨끗해,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미진이라는 여자 결혼한거 맞어?

 “어, 나 방금 그의 남편인 봉팔씨랑 이야기했는데"

 -집에 결혼의 흔적이 없어서 말이야. 혹시 별거중인거야?

 “그런 것 같지는.. 아 잠깐. 그러고 보니 그 남편이랑 이야기 중에 ‘자신의 집’이라는 표현을 쓴 것 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별거 중인 것같네”

 -그렇지? 벌거 중이라면 결혼에 대한 흔적을 지울 수 있지. 근데 안 볼 사람처럼 다 치웠는데도 의무적으로라도 만나기는 하나보네

 “영수야, 나 지금 현장가고 있다. 너는 지금 현장이야?”

 -아니야, 반장님이 ‘치와와 사건’ 지원하라고 하도 성화여서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 거기 집 비밀번호 좀 알려줘, 아 그럼 시체도 없어?,”

 -나도 몰라, 경비아저씨한테 마스터 카트로 열어달라고 했어, 시체는 아직 거기있어, 저녁에 수거하러 온데, 그리고 나 지금 치와와 쪽 도착했어. 나중에 통화하자

 “알았다. 수고하고, 이따 서에서 보자”  

   

 영수가 알려준 데로, 아파트 경비를 불러 사건현장으로 들어왔다. 아직 피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집은 13평 남짓의 방 두 개, 화장실 하나의 전형적인 투룸 구조였다. 사건은 작은 방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벽 쪽에 기댄 채로 배 쪽에 칼을 맞았고, 그 앞에 미진이 어설프게 칼을 들고 서있었을 것이다. 남자의 상처를 보니, 여러 번 찔린 흔적이 보인다. 가냘픈 여인의 힘으로 최대한 힘 줘서 찔렀겠지만, 배 나온 아저씨의 저항에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찌르고 또 찔렀다. 그녀의 분노가 상처에 그대로 나타났다. 미진은 두려웠을 것이다. 사람을 찔렀기 때문에 무서워 남편 봉팔에게 전화하여 빨리 와주기를 요청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와이프의 전화에 당황한 봉팔은 한걸음에 달려왔을 것이고, 봉팔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 내가 도착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찬찬히 시체의 자상을 바라봤다. 그리곤 일어서서 그녀가 어떠한 방법으로 찔렀을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녀의 키는 160cm이 조금 넘는 정도고, 피해자의 키는 175cm 정도로 보인다. 그녀는 우선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찔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팔길이를 고려했을 때, 시체의 배꼽 부근을 찔러야하는 것이 맞는데, 이상하게도 명치 아래를 찔렀다. 굳이 명치 아래를 찌르려면, 그녀의 명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칼을 일직선으로 찔러야했을 것이다. 사건현장이 따로 지저분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피해자는 분명 일격에 당했을 것 같은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런 불편한 자세로 찔렀을까?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다른 자세로 찔렀을 가능성도 있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졌다. 영수 쪽에서 다 가져갔는지 주머니는 비어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돌려, 작은방의 서랍들을 하나 씩 열기 시작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영수가 이야기 한데로 이 곳은 결혼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남편에 대한 흔적이 모두 지워져있었다. 그렇게 사건현장의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다 보니 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영수에게 전화했다.      


 “영수야? 끝났냐?”

 -응, 지금 마무리 하고 있다. 

 “밥이나 먹자? 어디냐?”

 -여기 OO로 4거리야 그 쪽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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